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8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회의를 연다. 유엔 최고 의결기구인 안보리에서 AI를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가 세계 경제 질서와 안보 환경을 바꿀 초거대변수로 주목받는 현실을 보여준다. 안보리 회의가 어떤 결실을 보든 국제사회의 AI 경쟁 혹은 협력이 본격화하는 신호로 이번 개막을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AI가 지구촌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내놓은 알파고 때부터다. AI 열풍은 지난해 챗GPT 등장을 계기로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폭됐다. 인류의 삶을 바꾼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더불어 시작됐다. AI가 증기기관 같은 역할을 할지, 어떤 미래 혁명을 촉발할지 지구촌은 아직 알지 못한다. 다만 거대한 변화의 조류가 꿈틀거린다는 점만은 누구나 알고 있다. AI를 놓고 세상이 요동치는 이유다.
이 조류에 어찌 대응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기회와 위기의 문이 열리거나 닫히게 마련이다. AI는 안보리만의 관심사일 까닭이 없다. 반도체 이후를 놓고 고민하는 대한민국이야말로 각성이 필요하다.
세계 주요국은 AI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가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구경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생성형 AI의 경쟁력만 따져봐도 그렇다. 글로벌 학술 및 특허 정보서비스 업체인 클래리베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양적으론 두툼한 논문과 특허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업 패러다임을 바꿀 최고 수준의 논문과 특허는 태부족이다. 겉치레만 한다는 뜻이다. 2018~2022년 발표된 각국 논문과 특허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상위 1% 논문에서 미국, 중국, 호주, 캐나다 등에 일방적으로 밀린다. 사업화를 좌우하는 상위 1% 특허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25분의 1에 불과하다.
인력 양성도 주요 경쟁국에 견주면 가소로운 수준이다. 중국은 ‘AI 인재 100만 명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일본도 50만 명의 전문 인력을 키우는 계획을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은 동부 명문 대학인 MIT 한 곳만 해도 1조 원 기금을 조성해 AI대학을 세웠다. 한국은 대조적으로 수도권 규제와 같은 낡은 덫에 발목이 잡혀 소수 인력만 양성하고 있다. 그 어떤 기술혁명도 인재들이 승부를 가리는 법이다. 너무도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우리 기업과 대학들에 과연 뭔 기대를 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또 다른 관심사인 규제, 그리고 표준화 부문에서도 이미 뒤처졌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 초안을 내놓았다. 미국은 2022년 ‘알고리즘 책임 법안’을 발의했다. 우리 국회도 지난 2월 AI 법안을 관련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다루긴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여야의 정쟁에 밀려 법안이 국회 서랍에 처박힌 것이다. 정치권은 우리 갈 길이 얼마나 바쁜지 관심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