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업계 자축 분위기...SEC는 “실망스럽다”
가상자산(가상화폐) 리플을 둘러싸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발행사인 리플랩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리플랩스가 연방 증권법을 일부 위반하지 않았다는 뉴욕지방법원의 판결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앞서 SEC는 2020년 리플랩스가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고 디지털 토큰 리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는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리플랩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리플에 대한 SEC의 소송은 디지털 자산을 엄격한 투자자 보호법이 적용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사법 당국이 판단한다는 점에서 업계 전체의 관심이 쏠렸었다.
이런 가운데 아날리사 토레스 미국 뉴욕지방법원 판사는 지난 13일 리플이 그 자체로 증권인 것은 아니라며 사실상 리플랩스의 손을 들어줬다. 리플이 서면 계약에 따라 기관투자자에게 직접 판매됐을 때는 증권으로 볼 수 있지만, 거래소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됐을 때는 증권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즉 리플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될 때는 증권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기관 투자자들에게 판매될 때는 적용된다는 이야기다.
겐슬러 위원장은 “우리는 법원의 판결을 여전히 검토하고 있다”며 리플랩스가 리플을 기관투자자에게 직접 판매해 증권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WSJ은 항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SEC가 최근 다른 가상화폐의 증권성 여부를 두고도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등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한 터여서 이번 판결이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업계의 승리라고 자축하는 분위기다.
스튜 알데로티 리플랩스 최고법률책임자(CL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로 미 은행과 다른 금융 기관들이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에 리플을 사용하는 것에 관해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알데로티 CLO는 “이번 결정으로 금융기관 고객이나 잠재 고객이 적어도 국경을 넘어 자금을 이동하는 데 있어 실제적인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