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유저’들을 향한 9년간의 빌드업. 높은 관심은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하염없이 ‘유저’를 바라봤죠. 마침내 터진 ‘기회’, 이를 놓치지 않는 진심과 소통. ‘검은사막’은 정말 제대로 노를 젓고 있습니다.
‘검은사막’은 펄어비스에서 개발 및 유통하는 대한민국의 MMORPG(게임장르·같은 필드 내에서 수십 명, 수백 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접속하는 게임 통칭)입니다. 2015년 7월 처음 출시된 게임으로 150개국 2000만 명이 플레이하는 펄어비스의 대표 게임이죠.
어찌 보면 이 익숙한 게임이 새로운 시선을 받고 있는데요. 다름 아닌 ‘소통’ 때문입니다.
‘검은사막’을 향한 긍정적인 반응은 경쟁작 ‘로스트아크’ 덕분(?)인데요. 매번 어떤 게임을 선호하는지 게임커뮤니티에서 유저들의 ‘일장일단’ 연설이 줄 이었던 두 게임이죠. 하지만 순위는 ‘로스트아크’가 앞서있었는데요.
이런 기류를 뒤바꾼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름하여 ‘2023 검은사막 이주사건’이죠. 간단히 말하면 2023년 ‘로스트아크’에서 중국서버 검열 한국서버 적용 사건으로 인해 대체재를 찾아 ‘검은사막’으로 이주하게 된 사건을 말하는데요.
지난달 28일 국내 업데이트 이후 로스트아크 중국 서버에 적용될 예정인 몬스터 외형이 한국 서버에 적용되는 오류가 발생한 건데요. 해당 오류에 ‘중국 검열’ 논란이 제기됐죠.
로스트아크 중국풍 지역 ‘애니츠’에 적용된 고구려 전통 문양 ‘삼족오’가 등장해 ‘동북공정 논란’까지 나왔는데요. 신규 가디언 ‘베스칼’ 색상이 기존 붉은색이었던 것과 달리 보라색으로 변경됐고, 신규 클래스 ‘소울이터’의 의상과 머리 색상까지 변경되는 등 곳곳에서 ‘중국 검열’ 논란이 튀어나올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유저들은 로스트아크 중국 서비스를 앞두고 당국 검열을 의식해 콘텐츠를 수정한 부분이 한국 서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죠.
이런 가운데 3월 조선을 배경으로 한 ‘아침의 나라’를 업데이트한 ‘검은사막’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중국 관련 논란에 실망한 로스트아크 유저들이 ‘검은사막’으로 이주한다는 후기 글이 쏟아졌죠. 실제로 ‘검은사막’은 판타지 게임 중에서도 한국풍 검객, 도사 등이 제대로 구현된 작품이었는데요. 거기다 장비의 강화도 단계를 고구려의 역대 왕의 첫 글자를 따서 장·광·고·유·동을 사용한 것이 로스트아크의 ‘삼족오’ 논란과 비교되며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 ‘이주사건’에 스트리머(트위치 게임방송인)이 발 빠르게 움직였는데요. 주로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던 유명 스트리머들이 ‘검은사막-아침의 나라’ 콘텐츠를 찍기 시작하면서, 유저들의 이주는 가속화됐죠.
이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포착한 펄어비스는 유입 유저들을 붙잡기 위해 ‘노를 젓기’ 시작했는데요.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에 이어 유저들이 원하던 콘텐츠를 대거 공개한 대규모 이용자 간담회 ‘검은사막 페스타’로 ‘대거 유입’의 정점을 찍었죠. 이 페스타에서 운영진들은 유저들이 모두 탐내는 ‘환상마’를 모두에게 지급한다는 깜짝 소식까지 전했는데요.
‘환상마’는 ‘검은사막’에서 말을 이용자가 광활한 지역을 빠르게 탐험할 수 있는 중요한 이동 수단인데요. 제공되는 기본 환상마가 아닌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숙련도 100%’의 1레벨 환상마라니… 유저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죠.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대거 유입된 유저들의 요구사항을 처리해주는 GM(게임마스터·게임운영자)들의 발 빠름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는데요.
저녁 8시 올라온 한 유저의 요구사항을 다음 날 오후 2시에 반영해 업데이트하는 어마어마한 ‘속도’를 뽐냈죠. “여자는 앉을 수 없나요?”, “밥을 왜 손으로 먹죠?”, “아이템칸이 너무 어지러워요”라는 다양한 요구를 양반다리 액션 추가, 숟가락 도입, 아이템 정렬이라는 ‘완벽한 수정사항’으로 되돌려줬습니다.
‘이것이 소통이다’를 체험하게 했죠.
사실 ‘검은사막’은 예전부터 매주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몇 안 되는 개발사로 알려졌는데요. 사용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의견을 반영한 패치를 매주 선보이면서, 이를 반영하는 수요일을 유저들이 기다리곤 했죠.
심지어 신나게 게임 중인 유저들 뒤로 이를 지켜보는 GM 캐릭터가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형이 왜 거기서 나와”를 연발하며, 숨어서 지켜보는 모습이 ‘공포물’ 수준이라는 후기도 공개돼 웃음을 줬습니다.
여기다 신입생들을 받아주는 선배들의 ‘배려’까지 함께했는데요. 베테랑 이용자들이 신규 유저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거죠. 이들이 처음 마주치는 상황에 팻말을 들고 서서 게임 설정, 환상마 수령 등을 알려주곤 합니다.
이 엄청난 노력이 더해지며 ‘검은사막’ 서버 대부분이 ‘혼잡’ 또는 ‘매우 혼잡’ 상황을 보이는데요. 실제로 7월 첫째 주 온라인 게임 순위에서 ‘검은사막’은 15위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둘째 주에는 13위로 또 한 번 상승했죠. 이 기간 하루 이용 시간은 2배 이상 늘었습니다.
17일 게토가 제공하는 피시방 게임 통계서비스 더로그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피시방 이용시간 순위에서 ‘검은사막’은 직전주 대비 1계단 상승한 13위를 기록했고요. 사용 시간 또한 36% 증가한 수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재밌는 점은 ‘로스트아크’ 또한 이런 과정(?)을 거쳐 인기 게임이 된 전적이 있다는 건데요. 2021년 넥슨의 인기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에서 확률조작 사건이 벌어졌고, 이에 실망한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해 로스트아크로 이주했었죠. 당시 신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로스트아크 난민’이라는 말까지 나왔죠.
이 비슷한 과정을 되돌려준 셈인데요. ‘로스트아크’ 또한 유저들의 마음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4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운영진들이 중국 검열 논란에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논란을 하나하나 짚으며 사과와 개선방향까지 제시하며 고개를 숙였죠. 해당 방송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데요.
‘로스트아크’가 떠나간 유저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아니면 ‘검은사막’의 무한 베풂을 체험한 유저들이 말뚝을 박게 될지 그 묘한 신경전이 관심을 끄는데요. 유저들은 그저 행복할 뿐이죠. 이 ‘즐거운 경쟁’ 속 모든 것을 누릴 유저들의 선택이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