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영국 데일리메일은 노스트라다무스가 남긴 예언 가운데 2023년과 관련된 5가지를 꼽아 소개했습니다. 매체는 “노스트라다무스는 1555년 942개의 예언이 담긴 예언서를 펴냈다”며 “그의 예언은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어떤 의미도 지닐 수 있기 때문에 40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죠.
우선 매체는 ‘큰 전쟁’을 언급했습니다. 예언서에는 “7개월간의 큰 전쟁, 악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었다”는 구절이 실렸는데요. 매체는 “이 불길한 예측은 세계를 이끄는 초강대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나왔다”면서 “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절박한 공격일 수도 있고,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으로 인한 미국과 대립일 수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믿는 사람들에게 ‘7개월’이라는 서술은 약간의 위안을 줄 수 있다”며 “핵전쟁이 아닌 재래식 전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죠.
“사그라드는 화성의 빛”과 관련해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언급됐습니다. 매체는 이 구절을 두고 “큰 전쟁을 예고하는 또 다른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라고 밝혔는데요.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언급하면서 “이 예언이 그에게 경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마 그 붉은 행성에 사람을 이주시키려는 그의 꿈은 어떻게든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죠. 머스크는 화성에 1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습니다. 화성 탐사 우주선인 스타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도 하죠.
이 밖에도 노스트라다무스는 △기후 재앙 △식량 위기 △시민 불안과 반란 등이 올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최근 전 세계 각지의 상황을 들여다봤을 때, 이 예언이 들어맞는 모양새라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는 “무지개는 40년 동안 보이지 않을 것이고, 이후 40년 동안은 매일 무지개가 나타날 것”이라며 “마른 땅이 더욱 메마를 것이고, 무지개가 보일 때 큰 홍수가 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데일리메일은 이를 두고 “현재 상태를 고려할 때 상당히 적절한 문구”라며 기후 위기가 심화한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최근 많은 비로 막대한 피해를 본 우리나라의 경우만 살펴봐도, 이를 뜬구름 잡는 말로 치부할 순 없습니다. 18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41명, 실종자는 9명입니다. 그러나 경북 예천 등에서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추가 피해 집계에 따라 사망·실종자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번 폭우로 인한 사망·실종자 수는 2011년(78명)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죠.
전국 곳곳에서 주택·도로 붕괴와 침수, 토사 유출, 하천제방 유실 등 공공시설과 사유시설 피해도 속출했습니다. 이번 비는 지난해에 이어서 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을 낳았는데요. 전통적인 장마와 다른 양상을 띠고 있어 피해가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보통 남부지방에서 6월 중순, 서울 등 중부지방에선 6월 말에 시작하던 장마는 한 달가량 지속되다가 7월 말에 끝납니다. 하지만 이번 비는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퍼부었습니다. 특정 지역에서만 며칠 동안 비가 이어졌는데요. 이렇게 거센 비가 누적되면서 더 큰 피해를 낳았다는 지적입니다.
미국에서도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남동부 델라웨어강 인근에서는 45분간 강우량이 180㎜에 이르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는데요. 이미 지난주부터 미 북동부 지역에 내린 폭우로 이미 하천이 불어 있는 상태에서 짧은 시간 비가 쏟아진 탓에 도로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고, 사망자와 실종자도 발생했습니다.
인도에서도 폭우 때문에 수도 뉴델리를 가로지르는 야무나강이 범람하면서 45년 만의 ‘최악의 홍수’가 났습니다. 도로는 물론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곳도 있고, 델리 주 전체의 학교 수업도 중단됐습니다. 홍수 이재민은 뉴델리에서만 2만3000명, 아삼주에서는 10만 명이 넘습니다. 문제는 폭우 피해를 본 지역에 폭우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는 겁니다. 인도 기상청은 아삼과 비하르 등 북부지역에 폭우 경보를 발령하고 추가 홍수 피해를 경고했죠.
특정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물이 범람할 때, 다른 쪽에서는 극심한 가뭄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16일 공개한 지역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소말리아에서 170만 명, 에티오피아 51만6000명, 케냐 46만6000명 등 268만2000명이 장기 가뭄으로 실향민이 됐다고 합니다.
2020년 말 이후 지부티,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케냐, 소말리아, 남수단, 수단 등 ‘아프리카의 뿔’(대륙 동북부)에 있는 국가들은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5차례에 걸쳐 우기에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으면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긴급한 수준의 기아에 직면했고 가축 수백만 마리가 죽었습니다. 2300만 명 이상이 극심한 식량 불안을 겪고 있고, 사망률과 영양 실조율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섬뜩한 예언도 남겼습니다. 그는 “밀값이 치솟으면서 사람들은 자기 이웃을 먹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데일리메일은 이 구절을 두고 “이 오싹한 예측은 식량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절박해진 사람들이 식인풍습(cannibalism)에 의존하게 되는 모습을 묘사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해 식량 위기와 빈곤율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식인풍습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최근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는 나옵니다. 전쟁과 기후변화때문인데요. 특히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종료’ 선언에 나선 것이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7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안타깝게도 흑해곡물협정 연장 조건의 일부가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사실상 흑해 협정은 오늘부터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유엔, 튀르키예, 우크라이나에 이 같은 의사를 이미 전달했다는 설명인데요. 이에 흑해곡물협정에 따른 곡물 수출은 16일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를 떠난 곡물선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중단될 전망입니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맺은 바 있습니다. 이 협정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선박은 흑해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고, 러시아는 농작물과 비료 수출을 보장받았죠.
이에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농업대국입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경로이던 흑해 항로가 봉쇄되면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국제 농산물 가격은 이 협정 체결 이후 전쟁 이전 수준을 되찾기도 했죠.
그런데 러시아가 ‘협정 종료’를 선언하면서 압박에 들어간 겁니다. 러시아는 그간 협정 연장 조건으로 △러시아농업은행의 스위프트 결제망 복귀 △러시아 선박·화물의 보험 가입 및 항만 접안 제한 조치 해제 등을 요구해 왔습니다. 자국산 농산물과 비료를 원활히 수출하기 위해 서방이 건 제재를 완화해달라는 주장을 이번 협정 종료 선언으로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식량 안보가 취약한 국가들이 입을 타격을 볼모로 삼으면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려 한다는 분석입니다.
흑해곡물협정이 이렇게 파기될 경우, 전 세계에 극심한 식량난이 닥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곡물 수출량의 약 30%를 차지했는데, 러시아의 흑해 봉쇄에 코로나19 여파, 이상 기후 현상 등이 맞물리면서 의존도가 높았던 아프리카·중동 지역 저소득 국가들이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린 바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에 복귀할지는 불투명합니다. 러시아는 자국 농산물과 비료 수출 관련 사항이 이행되면 협정에 복귀하겠다는 여지를 남겼는데요. 러시아산 농산물과 비료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며 수출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요구는 ‘생트집’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죠.
노스트라다무스는 “큰 변화와 끔찍한 공포, 복수를 보게 될 것”이라며 “나팔은 큰 불협화음과 함께 흔들린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구절은 시민 폭동을 의미할 수 있다는 해석인데요. 데일리메일은 “민주주의나 독재 국가 모두에서 계급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계 인구 대부분이 더 가난해지는 동안 재벌들은 천문학적인 부를 계속 늘려왔고, 그들에 대한 경멸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죠.
일각에서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제2차 세계대전, 히틀러의 등장, 프랑스 혁명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예측했다면서 그를 ‘역사상 최고의 예언가’로 칭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믿음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예언서에는 은유와 축약이 많아 해석에 따라 내용을 달리할 수밖에 없고, 매번 전쟁·기아·전염병·자연재해 등의 공포를 주장하고 있어 주장이 들어맞지 않는 시대가 없다는 겁니다. 특히 노스트라다무스는 “1999년 7월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올 것”이라고 주장한 탓에‘1999년 종말론’이 확산하기도 했는데요. 이 예측은 제대로 빗나갔죠.
그러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별개로, 기후 위기와 식량난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어쩌면 노스트라다무스는 예언을 통해 후세에 전할 당부의 말을 재차 강조한 걸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