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오랜 염원인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의 미국 시장 진출을 가시화했다. 12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최대 면역글로불린 시장을 뚫어 탄탄한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혈액제제 ‘알리글로(ALYGLO·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10%)’의 품목허가(BLA)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재신청했다.
알리글로는 혈액의 혈장에서 특정 단백질을 분리·정제해 만든 고농도 면역글로불린 제제다.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등 1차성 면역결핍 질환 치료에 쓰인다.
GC녹십자는 2015년 FDA에 IVIG-SN 5% 제품의 허가를 먼저 신청했지만, 2016년과 2017년 FDA로부터 제조공장 관련 자료를 보완하란 지적을 받으면서 고배를 마셨다. 이에 따라 5% 제품을 먼저 미국 시장에 선보이려던 계획을 수정, 10% 제품의 품목허가로 선회했다.
회사는 2021년 2월 FDA에 알리글로의 BLA를 신청했으나 지난해 2월 연기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오창 혈액제제 생산시설의 FDA 현장실사도 지연돼 올해 4월 완료했다. 상반기 중 BLA 재신청이 목표였으나 FDA와 소통 과정에서 다소 지체되면서 지난 14일(현지시간) 서류 제출을 완료했다.
FDA가 추가 이슈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내년 1분기 중 승인이 가능할 전망이다. GC녹십자 측은 “내년 초 품목허가 승인을 받고 2024년 하반기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판매는 미국 자회사 GC바이오파마USA가 직접 맡는다.
혈액제제는 지난해 4204억 원의 매출을 올려 GC녹십자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 핵심 사업이지만 성장세는 정체돼 있다. 특히 수출 규모는 2017년 1000억 원을 넘어선 후 1100억 원대까지 늘어났으나, 지난해는 909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가운데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진출은 GC녹십자 혈액제제 사업을 확대할 중요한 돌파구다. 직판을 택한 만큼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2조5000억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인구 노령화에 따른 자가면역 질환 증가와 선천성 면역결핍증의 진단·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혈액제제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화된 생산 경험이 필수적으로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