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에 텐트 필요하다" 민원 즉석 해결도
"방재시설에 대규모 예산 투입해야…재난지역 당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폭우로 수해를 입은 전북 익산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거처를 잃은 주민들을 위로했다. "살려달라"며 울부짖는 이재민의 호소에 이 대표는 방재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 투입 당위성을 강조하며 신속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위한 노력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익산 망성면 화산리를 방문해 농작지·비닐하우스 등 수해 현장을 둘러봤다. 앞서 망성면은 12~16일 익산 평균인 329mm보다 많은 391mm의 폭우가 내렸다. 실제 화산리 곳곳에서는 상당 부분 침수된 농작물·농기계가 눈에 띄었다. 상당한 빗물이 휩쓸고 지나간 일부 비닐하우스 내부도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 대표를 만난 주민들은 "폭우에 맞춰 시설도 변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냥 '땜빵'하는 식이다. 이러면 (피해가) 반복된다", "이 곳 하우스가 6, 7천개인데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고 있다. 주민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켜달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방재시설 확보는 앞으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방재 시설 확충에 국가가 장기적으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인근 성북초등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로 몸을 옮겨 주민들과 면담했다. 이 대표가 대피소에 입장하자 도열해 있던 주민들은 "특별재난지역 선포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 주민은 "제발 살려달라. 희망이 없는데 정부만, 나라만 믿겠다"며 울부짖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해당 주민을 안아주며 위로했다.
이 대표는 이재민을 마주보고 대피소 중앙에 앉아 본격적인 고충 청취에 나섰다. 주민들은 열악한 대피소 환경 개선부터 신속한 수해 복구 지원 등을 적극 요청했다. 이 대표는 정헌율 익산시장 등 시도 관계자와 소통하며 일부 민원을 즉석에서 해결해주기도 했다.
화산리 하포마을 이장 장미숙씨는 "살림살이가 다 침수돼서 막막하다"며 "높은 사람들은 행정만 하고 앉아 있는데 우리 농민들한테 힘 좀 써달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집에 물이 허리까지 차 몸만 피해왔다"며 "귀중품, 돈, 양말, 속옷 하나 챙기지 못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는데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서 우리를 도와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당연히 해야 한다"며 "최대한 빨리 지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수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지금 기준과는 전혀 새로운 기준으로 방재시설을 해야 한다. 정부와 계속 협의해서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겠지만 당장의 대책은 아니다. 다음 세대라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대피소 내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텐트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시에서 당장 텐트를 구하기는 어려울 텐데 도 단위에서는 남는 지역이 많을 것"이라며 도 관계자에게 "바로 전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후 도 관계자로부터 후속 보고를 받은 이 대표는 "전주시에서 오후 2시까지 텐트를 가져다 준다고 한다"며 "그때부터는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돼도 지원이 워낙 적다는 말을 들었다"며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라 쉽지는 않지만 현실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우리가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방자치단체에는 수해 가구당 담당공무원 지정, 복구 인력·장비 지원, 침수 농기구 수리·보수 등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주민들에게 "얼마나 처한 상황이 힘들고 황망하신가"라며 "제게 '이거 나라가 해야 할 일 아닌가'라고 말한 분이 있었는데 그 말이 맞다. 이럴 때 국가가 필요하다. 이럴 때 의지하려고 평소에 세금도 내고 선거도 하고, 나라에서 하라면 하라는대로 하지 않나.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 큰 도움을 주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최대한 빨리 귀가할 수 있도록 저희가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익산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수해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국민께서 아쉽게 생각할 만한 부분"이라면서 "그런 이야기보다는 어떻게 빨리 복구를 지원할지, 추가 피해를 막을지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수해 예방 차원에서 '포스트 4대강 사업'을 제시한 것을 두고는 "뜬금없이 4대강이 뭔지 잘 모르겠다"며 "국민이 지금 당장 겪는 문제의 실질적 대안을 말씀하셨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