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자리잡은 규제 혁파해야”

입력 2023-07-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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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앞줄 가운데)이 20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 S1에서 열린 일상 속 골목규제 뽀개기 행사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강화도 쌀이 주원료인 전통주 업체 송도향 전통주가는 제주산 귤피 첨가 막걸리 제품개발을 포기했다. 인접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해야 하는 원료 생산지 규제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원료를 사용하면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없어서다. 이처럼 전통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반려동물 동반 카페 등 골목상권에 자리 잡은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S1에서 ‘일상 속 골목규제 뽀개기(규제뽀개기 2탄)’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반려동물 동반 카페, 전통주 등 총 6개 분야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마옥천 베비에르 과자점 대표는 소상공인의 배리어프리(장애인 물리적 장벽 제거) 키오스크 설치 부담을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 따라 2025년 1월부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가 발생한다.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키오스크를 설치했지만, 오히려 관련 비용으로 인해 경영부담 증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세 중소상인에게 예외 조항이 마련됐지만, 장치나 프로그램 관리 등 별도의 의무가 부가되고, 추가로 직원을 고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마 대표는 “제일 저렴한 지능형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가격이 1600만 원이라고 하는데 일반 키오스크는 200만~500만 원 수준이다”며 “대부분 키오스크가 이미 설치돼 있는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다시 설치하려면 1100만 원에서 2800만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해 부담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외조항 적용기준을 바닥면적으로 일괄 적용하는 대신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별도 대면 주문, 결제창구를 마련했을 경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를 면제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조용혁 한국법제연구원 규제법제연구센터장은 “장애인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고, 차별받지 않게 하는 것도 절대적 가치”라면서도 “장애인이 얻는 편익만큼 소상공인의 부담이 수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지 생각해봐야 하고 기술 통해 규제 줄일 방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화장품 리필판매에 대해서는 화장품 소분판매시 조제관리사 배치의무를 면제하고 실증특례 내 소분판매 허용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건의도 나왔다. 단순 소분 판매인데도 조제관리사를 상주하도록 하는 의무는 소상공인에게 과도하고, 조제관리사 자격시험 합격률도 낮아 직원 고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다.

이주은 알맹상점 대표는 “유럽에서는 리필 스테이션 운영에 별도 규제를 두지 않기 때문에 이미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빨리 리필 활성화를 위해 규제가 뽀개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임성대 에코드 대표는 화물용 전기자전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자전거법은 승객용 전기자전거만 상정해 ‘자전거’를 전체 중량 30kg 이하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화물용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로 분류되지 않는다.

임 대표는 “해외시장에서 친환경 라스트마일 물류 수단으로 카고바이크가 각광을 받으면서 여러 나라의 전기자전거 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잇는데 국내에서는 제도화가 안돼서 정부부처와 실증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통주 업계는 인정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료 생산지 규제로 인접지 외 타지역 생산 원료를 사용하면 전통주로 인정이 불가한 상황이다. 농림부는 인접지 외 원료를 소량(5%) 사용할 수 있도록 주원료 기준범위 완화방안을 발표했지만, 법 개정은 지연되고 있다. 고성용 한강주조 대표는 “주재료 이외 재료는 다른 지역산을 허용하면 다양한 전통주가 개발될 것”이라고 짚었다.

반려동물 분야에서는 반려동물 동반출입 카페 허용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업주가 허용하면 식품접객업소에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가능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음식점 등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사료판매 요건 완화와 가이드라인 제정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생체정보를 활용한 반려동물 등록방법을 확대해야 한다는 건의도 나왔다. 임준호 펫나우 대표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간편하게 쓸 범용 정보 인증 기술을 개발, 누구나 쉽게 부담 없이 반려동물의 정보를 등록하고 파악하게 되면 자연스레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 장관은 “어느 순간부터 기업의 성장 속도가 법과 규제를 벗어나서 더 빠르게 달려가고, 묶음 규제가 많아져 사업을 해야 하는 데 불법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규제를 한올 한올 풀어나갈 시간이 없다. 과감하게 잘라내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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