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수단 변질한 전환사채, 공시 의무 부과해야”

입력 2023-07-2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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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전환사채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방안'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금융위원회)

국내 전환사채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취득 시 공시의무를 부과하고, 과도한 전환가액 하향을 제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기업 자금조달 창구로 도입된 전환사채의 특수성을 활용해 편법적으로 지분을 확대해 부당이득을 얻는 사례가 늘어나면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전환사채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방안' 세미나에서 “국내의 경우 전환사채가 지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모 발행, 불공정거래 가능성과 같은 조건으로 인해 기존 장점이 희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환사채는 회사의 주식을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뜻한다. 안전 자산인 채권의 성격과 수익성이 높은 주식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들이 미리 정한 가격으로 전환사채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 리픽싱과 같은 조건을 통해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전환사채시장은 2021년까지 발행 규모가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호황에 따른 코스닥 기업의 발행증가, 코스닥벤처펀드 등 주식연계채권투자 확대의 영향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난해 지속한 금리 인상으로 증시 침체가 나타나자 발행량도 대폭 꺾였다. 상반기까지 발행된 주식연계채권은 2조9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8000억 원)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2021년(5조8000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환사채 대부분이 사모로 발행돼 시장의 투명성이 낮다는 점을 악용해 불공정거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발행된 주식관련사채 전체 214건 중 단 5건을 제외하면 모두 사모 발행이다.

코스닥 기업의 발행 비중이 높은 점도 전환사채 시장 공정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달 국내 증시 전환사채 발행 현황을 보면 코스닥 시장의 비율이 76.5%에 육박하고, 코스피는 20%를 채 넘지 못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전환사채는 사모 발행뿐만 아니라, 콜옵션‧리픽싱 조건의 활용 비중도 아직까지 상당한 수준"이라며 "미국의 경우 대부분 발행회사가 콜옵션을 회사의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리픽싱에 대한 규제는 없으나 시장 관행상 리픽싱 조건을 부가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도 발행회사 이외 최대주주에게 콜옵션을 부여한 사례는 소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전환사채에 리픽싱 조건을 부여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으나, 전환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낮아 전환사채 시장 자체가 침체된 모습"이라고 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전환사채 시장 제도 개선 과제로 △콜옵션 행사자 지정 또는 발행회사의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 시 공시의무 부과 △담보 약정 전환사채 발행 시 공시 강화 등을 제시했다.

또 직접적인 규제 방안으로는 △만기 전 취득한 사모 전환사채 재매각 시 전환권 제한 △비상장주식, 부동산 등 자산 납입 시 외부평가 의무화 △과도한 전환가액 하향조정 제한 도입 등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날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전환사채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균형 잡힌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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