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해외 발신 소포’ 발견…“개봉 말고 즉시 신고해야”

▲20일 울산 동구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독극물이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발견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소방대원이 해당 우편물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소방본부/연합뉴스)

울산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기체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발견된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소포가 배달됐다는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울산소방본부와 울산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20일 낮 12시 30분께 동구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대만발 국제우편물로 추정되는 노란색 소포를 개봉한 시설 관계자 3명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병원에 이송됐다.

이들 3명은 격리병상에 입원 중이며, 현재 증세가 호전돼 건강에 이상이 없는 상태다. 소포가 발견된 장애인복지시설은 현재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간이 검사에서 방사능이나 화학 물질 등에 대한 특이점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찰은 국방과학연구소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독성 기체에 의한 감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제주와 대전, 경기 용인시, 경남 함안군 등에서도 관련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이날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50분께 제주시에 거주하는 A 씨가 “수상한 소포를 받았다”며 신고했다.

A 씨는 11일 오전 8시 50분께 주거지 1층 우편함에서 처음 해당 소포를 발견했고, 소포를 뜯어 투명 지퍼백에 담긴 화장품으로 추정되는 튜브형 용기 2개를 확인한 후 사용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 노란색 소포는 대만에서 발송됐다.

이후 A 씨는 ‘울산지역 한 장애인복지시설 직원 3명이 사무실에 도착한 소포를 개봉한 후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자신이 받은 소포와 비슷한 외관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쓰레기통에 버린 소포를 갖고 인근 지구대를 방문해 신고했다.

제주도는 경찰과 소방, 군 등 관계기관과 함께 폭발물과 방사능, 화학물질, 생화학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모두 음성 또는 불검출로 나왔다.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이 소포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전 동구 주산동 한 가정집에도 유사한 국제 우편물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유해화학물질 공동 대응에 나서 차량 4대와 인원 14명을 동원해 우편물을 확인하고 안전조치를 벌였다.

신고자 주소지로 온 우편물 2개 중 의심 신고된 우편물은 대만에서 발송된 것으로, 소방당국은 통제선을 설치하고 해당 우편물을 국과수로 보내 확인하고 있다.

소포 겉면에는 해당 시설 주소와 함께 수취인 이름과 전화번호도 적혀 있었지만, 이 시설에 해당 이름을 가진 직원·이용자는 없었고 전화번호도 확인되지 않는 번호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우선 우체국을 통해 소포가 배송된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브러싱 스캠은 온라인 쇼핑몰 판매 실적과 평점을 조작하기 위해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아무에게나 발송하는 행위를 뜻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외국에서 주문하지 않은 우편물을 받을 경우, 열지 말고 112나 119에 즉각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