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수리·꽃집 등 전 서비스 분야서 팁 요구
“재정 부담·위험, 소비자와 근로자에 떠넘겨” 비판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직원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홈베이스에 의뢰해 517개 소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16%가 고객들에게 결제 시 별도의 팁을 요구했다. 이는 2019년 6.2%에서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인적자원(HR) 소프트웨어 기업 구스토에 따르면 미국 전체 서비스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 팁 수입은 5월에 2019년 2월과 비교해 55% 이상 증가했다. 이는 기본급 인상폭 약 25%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팁을 요구하는 분야도 대폭 확대됐다. 미국인들은 통상 레스토랑이나 술집에서 음식값의 20%를 팁으로 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음료 매장, 가전제품 수리 회사, 심지어 꽃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서비스 영역에서 고객들에게 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WSJ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미국 내 팁 문화가 대폭 확산했다고 분석했다. 봉쇄 조치로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이 임금 인상 대신 팁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 것이다. 이후에도 기업들은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임금을 올리는 대신 팁 문화에 의존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경쟁이 치열한 고용 시장에서 직원을 유지하면서도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팁을 받는 관행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에서도 팁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 부담을 높이는 데다가, 직원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소득 수단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팁은 경기 상황이나 계절에 따라 불규칙하게 오르락내리락하며, 대부분의 서비스직 종사자는 저소득층이어서 이러한 변동성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
세에라자드 레만 조지워싱턴대 국제금융 교수는 “미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팁 의존도가 높다”며 “이러한 요청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서 기업들이 직원 급여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루 자야라만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식품노동연구센터 소장은 “고용주들은 임금 인상 대신 팁에 의존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직원을 잃을 위험이 있다”며 “이는 소비자들을 화나게 하고, 직원들이 그 문제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