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따라 바뀌는 정책과 그 과정에서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 공무원의 모습을 다룬 시리즈 기사 <공무원 수난 시대> 1편이 월요일인 24일 지면과 온라인에 실렸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바뀌는 에너지 정책과 이전의 정책을 부정하면서 겪는 가치관·정체성의 혼란, 나아가 사익을 추구하지도 않고 그저 일만 한 것인데 적폐·범법으로 몰려 퇴직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다룬 기사였다.
이후 퇴직한 한 OB 공무원은 지금의 실상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후배들의 사기를 북돋아 달라”고 연락이 왔고, 현직에 있는 한 공무원은 “이렇게 우리의 어려움을 알아주셔서 감사하고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현직 공무원은 “이런 모습(공무원의 현실)이 쪽팔린다”고도 했다. "마음이 무겁다"라고 한 공무원도 있다.
고등학생인 아들과 가끔 직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있다. 아빠의 직업인 기자는 물론 아빠의 주변에 있는 공무원에 대해 묻곤 한다. 공무원에 대해선 나라의 정책을 세우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직업이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안정적이란 점도 매력적 있어 ‘적극 추전’했다. 헌데 요즘 들어 적극 추천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든다. 아들에게 안타까운 퇴직이 없으리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예전엔 공무원보다 회사원을 선호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IMF 때 기업의 대규모 정리해고 등으로 수많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직장을 잃었다. 그러면서 고용 안정의 직업 선택에 중요한 요인으로 떠올랐고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공무원에 대한 직업 선호도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5급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2021년 43.3대 1에서 2022년 38.4대 1, 올해 35.3 대 1로 매년 하락하고 있으며 7급, 9급도 마찬가지다. 재직 5년 미만 퇴직 공무원은 2017년 5181명에서 2021년 1만693명으로 5년 사이 2배로 늘었다.
이런 현상은 노동 강도는 높은데 급여는 안 높은 공직 환경 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선배들의 안타까운 퇴직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강도의 업무와 박봉은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공무원도 있다. 그는 “일이 많고 박봉이고 그런 건 다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적폐·청산대상으로 몰려 불명예 퇴직하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다른 공무원은 “우리가 마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갈아 끼우는 부속품같이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탈원전 정책 추진 관련 공무원 3명이 옷을 벗고 나갔고 태양광 정책 관련 퇴직자 2명은 감사원에 의해 검찰 수사가 의뢰됐다. 이전엔 자원개발 관련 압박도 있었다. 당시 표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의심’만으론 약하니 여기에 ‘합리적’이란 단어로 포장을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을 펼치는 공무원이 화살을 맞는다. 그들은 국가 정책을 수행한 것이 전부다. 정책 수행에 있어서 직·간접적으로 사익을 챙겼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바뀐 정책을 수행했을 뿐인데 적폐·청산 대상이 된다면 앞으로 누가 그 일을 맡으려 할까. 이런 편 가르기 사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공무원이 의미 있는 직업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들의 노고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아들이 공무원이란 직업에 대해 다시 물어온다면 공무원의 의미를 잘 생각해보라고 대답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