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어제 나왔다. 재판관 9명 전원일치의 기각이다.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만에,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한 지 167일 만에 이 장관은 파면을 면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재난 대응 주무 장관이 장기간 직무 정지 끝에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이 장관이 자리를 비운 동안 수해를 비롯한 재난 피해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입맛이 여간 쓰지 않다.
이 장관 탄핵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애초에 ‘재난 예방과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 공직자로서 성실 의무를 위반한 책임, 국회 위증과 유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 2차 가해’ 등을 이유로 나열했다. 헌재 판단은 명쾌하다. 오해나 혼동의 여지가 전혀 없다. 헌재는 “이 장관의 재난대응 방식이 정부의 정책과 행정에 대한 공적 신뢰를 현저히 해할 정도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했다거나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후 재난대응 조치가 헌법과 재난안전법, 국가공무원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헌재는 사후 발언 시비에 대해서도 “국민 신뢰가 현저히 실추됐다거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 및 안전 관리 행정의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야당의 탄핵 사유는 적어도 법적으론 합당할 수 없다고 조목조목 지적한 것이다. 야당이 제기한 ‘직무 성실성’은 2004년 노무현,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판단 대상에서 제외됐으니 논란의 대상도 될 수 없었다.
종합적으로 보면 어제 심판 대상이 과연 이 장관인지조차 헷갈릴 판국이다. 핼러윈 참사와 같은 국가 재난 속에서도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 공세에 치중한 민주당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낯뜨겁지는 않은지, 민망하지는 않은지 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제 결과는 사실 얼마든지 예견할 수 있었고, 또 예방할 수도 있었다. 헌법상 국무위원 탄핵은 직무 집행 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만 허용된다. 이 장관의 직무상 위법은 민주당 주도의 탄핵을 전후해 확인된 바 없다. 이 장관 탄핵 소추는 정치 공방 용도 외에는 아무런 쓰임새가 없는 헛된 소추였던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 2월 국회에서 무리하게 소추를 밀어붙이지만 않았어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국무위원 탄핵 소추’와 ‘헌재의 기각’이란 불미스러운 기록은 작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국정공백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당 의원들의 출석 여부까지 일일이 챙기면서 표결을 강행했다.
지난 2월 “윤석열 정권의 비상식, 무책임을 바로잡는 첫걸음”이라며 탄핵을 주도한 정치인이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헌재의 결정은 정반대로 ‘민주당의 비상식, 무책임을 바로잡는 첫걸음’이 필요하다고 웅변한다. 이 대표는 결국 제 발등 찍을 일에 왜 그렇게 열을 올려야 했는지 국민 앞에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사람들도 궁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