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쌀가격이 낮아지면, 물가도 하락한다는 해석에 유의해야"
26일 한국은행은 '북한의 시장물가: 2006~2022' BOK경제연구 보고서를 통해 지금까지 주로 쌀가격을 중심으로 논의돼 온 북한의 시장물가를 물가지수 작성을 통해 재해석했다.
북한의 시장물가지수는 국내의 북한인권단체, 북한 전문매체들과 북한이탈주민 인터뷰 등을 통해 수집한 북한지역 5개 도시의 시장에서 거래되는 70여개 품목(재화와 서비스)의 분기별(2006~22년) 가격자료를 이용해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시장물가의 장기적 변동은 유동성 변화에 따른 화폐적 현상으로 판단된다. 단기적 변동은 자연재해, 화폐개혁 실패, 대북제재 강화, 코로나19 팬데믹 등 대내외 물가여건에 주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013~2019년에는 북한당국이 유동성증가를 억제하는 가운데 교역이 확대됨에 따라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증가했다. 그 결과 곡물, 곡물외 식료품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안정화됐다. 곡물생산량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곡물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는 현상은 이시기 북한주민들의 실질소득수준이 개선됐음을 말해준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2020~2023년 중 물가상승은 대북제재지속, 코로나19 유입방지를 위한 북중 국경봉쇄로 대중수입이 사상초유의 수준으로 급감한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수입식료품, 의약품 등을 중심으로 물가가 상승했다.
북한 시장물가의 핵심 지표인 쌀가격은 2013년 이후 하향 안정화됐다. 반면 물가지수는 완만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총지수와 쌀가격과의 상관관계가 크게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송 한은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물가를 논의할 때 주로 쌀가격을 대리지표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쌀가격이 낮아지면 물가가 하락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2013년 이후로는 이러한 분석방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석탄가격은 대중 석탄 수출단가에, 휘발유 및 경유가격은 국제시장 원유가격 변동에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평양시의 물가 상승률과 변동성이 타지역보다 낮았는데, 이는 물자공급에서 평양시를 우선으로 하는 북한당국의 정책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임송 부연구위원은 "다만,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한 2020년 이후로는 평양시의 물가가 타지역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평양시민들의 경제상황 악화에 대한 체감도가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