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파는 미군 모습 고스란히... 전후 한국 재건 기록영상 최초 공개

입력 2023-07-26 14:16수정 2023-07-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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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발발 이후 건물이 모두 파괴된 영등포 국민학교 터에 모여든 아이들(오른쪽)이 땅바닥에 앉아 야외 수업을 받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6.25 전쟁 발발 이후, 건물이 모두 파괴된 영등포 국민학교 터에 모여든 아이들이 야외 수업을 받고 있다. 경성방직공장 터에는 철근 구조물만 앙상하게 남았다. 모두 50~70년대 주한미군이 우리나라에서 촬영한 영상들이다.

26일 오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최초 공개된 영상에는 미군과 UN이 주도한 전후 재건사업 활동이 상세하게 담겼다.

이날 영상 해설자로 나선 강성현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시선은 ‘시혜를 베푸는 미군의 모습’을 포착하려 하고 있지만 의도치 않게 포착한 한국인의 모습 또한 굉장히 밝다”면서 “수동적으로 시혜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재건에 참여하고 자조(自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짚었다.

▲철근만 앙상하게 남은 경성방직공장에 서 있는 미군. 영상에서는 "한국 산업의 재건과 재활”이 자신들의 목표임을 언급한다. (한국영상자료원)

영상은 1953~1971년 주한미군 주도로 진행한 소규모 지역사회 재건 프로그램 ‘AFAK, Armed Forces Assistance to Korea’의 장면들이다. 당시 미군부대 주둔 지역을 중심으로 학교, 교회, 보육원 등 공공시설을 재건하고 음식 배급과 교육 사업을 펼치는 등 6600여 건의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그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과 남캐롤라이나 대학 도서관 등에 소장돼 있던 것을 한국영상자료원이 발굴, 입수해 대중에 처음 공개하는 것이다. 24개 필름 릴 중 미군 원조 관련 분량을 추려 인천, 부평, 안양, 의정부, 파주, 고양, 포천, 원주, 대구, 철원 등 국내 각지를 배경으로 전개된 재건사업 모습을 건져냈다.

파괴된 영등포 국민학교 경성방직공장 촬영 분량에 담긴 미군의 음성은 “기아, 질병, 불안을 예방하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의 재건을 돕는다”고 설명한다. “한국 산업의 재건과 재활”도 자신들의 역할임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1960년대 파주율곡중고등학교에서 미군과 교직원, 고등학생들이 함께 교정을 정비하는 모습. 영상에는 교복을 입은 '까까머리' 중학생들이 이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장면도 담겼다. (한국영상자료원)

6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동두천복지병원 건립과 파주율곡중고등학교 교정 정비 등에 함께하는 미군의 모습을 컬러 영상으로 촬영했는데, 덕분에 곡괭이질을 하는 한 미군의 모습이 한층 역동적으로 기록됐다.

정전협정이 발효된 1953년 7월 27일 원주 지역 초등학교에서 6학년 국어책을 이송하는 장면은 사료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날 강 교수는 “정전협정 발효일에 관련된 영상은 주로 군인이 등장하는데 이 영상에서는 미군이 배달한 교과서를 받아든 교사와 어린아이들 모습이 나온다”고 의미를 짚었다.

▲정전협정이 발효된 1953년 7월 27일 원주 지역 초등학교에서 6학년 국어책을 이송하는 장면. 교육 등에 천착하는 미군의 원조 프로그램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은 “이미 수집할 수 있는 영상은 거의 다 수집된 상태에서 (당대) 한국 영상을 새롭게 찾아내는 건 ‘보물찾기’ 같은 일”이라면서 “원본 확보나 보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국민에게 소개하고 시의적절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상은 27일부터 한 달 동안 한국영상자료원 KMDb VOD 기획전을 통해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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