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북미 혹독한 추위…몬순 주기 교란 등
“글로벌 시장, 5년 내 기후변화로 가파른 조정 직면”
식량 인플레·전염병 확산·부동산 침체·산업 붕괴 등 재앙
2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페테르 디틀레우센 교수와 수잔네 디틀레우센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 기후 시스템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는 심층 해수 순환 시스템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AMOC)’이 2년 뒤인 2025년부터 2095년 사이에 파괴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바다에는 극지의 차가운 물이 깊이 가라앉아 저위도 지역으로 흘러가는 심층 해수 순환이 있다. 남반구는 남극역전순환(AOC)이, 북반구는 AMOC가 대표적이다. 거대한 수중 컨베이어벨트로 비유되는 AMOC는 열대지방의 따뜻한 물을 북대서양으로 운반하면서, 지구 기온 조절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팀은 1870년~2020년까지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를 바탕으로 AMOC를 분석한 결과, 이 시스템이 매우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조기 경고 신호를 발견했다. 최근 수년간 대서양 최북단 해역의 온도가 더 큰 변동을 겪었으며, 정상으로 돌아가는 데에도 더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계속되면 빠르면 2년 내, 늦어도 21세기 안에 AMOC가 멈춰설 것으로 전망했다. 붕괴 가능성이 가장 큰 시점은 2039~20270년으로 꼽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과학계 관측보다 AMOC의 티핑 포인트(급격한 변화 시점)가 훨씬 더 가까워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과학자들은 AMOC의 붕괴가 금세기 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봤다. 앞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국제 기후변화 시나리오 비교·연구(CMIP)’ 모델을 바탕으로 한 평가에서도 21세기 안에 AMOC가 완전히 붕괴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AMOC는 한번 바뀌면 돌이킬 수 없는 지구의 중요한 하위 시스템으로 여겨져 왔다. CNN은 “AMOC의 붕괴는 지구 날씨에 재앙이 될 것이며, 지구상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AMOC 순환 기능이 멈춰 서면 유럽과 북미 지역에는 혹독한 추위가 찾아오고, 반대로 미국 동해안을 따라 해수면을 상승시켜 전 세계에 물을 공급하는 몬순 주기를 교란할 수 있다. 2004년 개봉한 재난 영화 ‘투모로우’가 바로 AMOC의 붕괴로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왔다는 설정을 배경으로 했다.
이런 기후변화가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시장과 경제를 강타할 차기 메가 쇼크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고, 시장이 5년 내 기후변화로 가파른 조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텀하우스는 “기후변화로 식량 인플레이션, 에볼라 바이러스와 원숭이두창 등 전염병 확산과 그에 따른 경제적 위기, 미국 마이애미와 중국 상하이 등 기후 변화 취약한 지역의 부동산 시장 침체, 탄소 배출 규제로 인한 관련 산업 붕괴 등 온갖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레온 버틀러 채텀하우스 글로벌 경제·금융 프로그램 책임자는 “현재 시장은 기후 위험에 평정심을 보이지만, 가파른 조정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이런 조정이 더 오래 지연될수록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더는 이런 쇼크가 매우 불확실하거나 먼 전망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며 “완화정책을 펼치더라도 혼란을 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