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로 인명사고로 열차 지연 ‘출근길 대혼란’...무단진입 못 막나

입력 2023-07-26 17:35수정 2023-07-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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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선로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로 지하철 1호선 및 KTX 열차 운행이 지연된 26일 오전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열차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과 일반·고속열차가 함께 이용하는 선로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26일 오전 5시30분경 서울지하철 1호선 구로역~가산디지털단지역 구간 선로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무단 진입했다. 승객 125명을 태우고 해당 구간을 지나던 경부선 KTX열차와 충돌, 남성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사망자 신원과 어떻게 선로에 진입하게 됐는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 KTX 열차가 수습을 위해 정차하고, 지하철 1호선·일반열차·KTX가 선로를 조정하면서 열차 운행이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었다. 사고가 발생한 구간은 3개 선로를 KTX와 지하철 1호선, 무궁화호·새마을호 등 일반열차가 사용하고 있다. 지하철 1호선은 운행 간격 조정을 위해 역마다 정차 시간을 늘렸다. 1호선 용산역∼구로역 급행열차와 광명역∼영등포역 셔틀 전동열차는 운행을 중단했다.

오전 7시42분경 모든 열차 운행이 재개됐지만, 사고 수습 여파로 지연은 오후까지도 계속됐다. 코레일은 이날 오전 고속 및 일반열차 43개가 20~98분 지연됐고, 전동열차 59개는 10~75분가량 늦어졌다고 밝혔다.

잇단 열차 지연이 출근 시간과 맞물리면서 대혼란이 빚어졌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던 시민들은 지연 안내 방송을 듣고 버스 및 택시로 갈아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체 수단이 마땅치 않아 꼼짝없이 열차에 갇혔던 시민들은 지각을 면치 못했다. 서울에서 세종까지 KTX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49) 씨는 “아침 6시40분 열차가 지연 출발해 용산역까지 1시간, 그 후 구로역까지도 계속 밀려 결국 평상시보다 2시간 늦게 회사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무단진입으로 인한 사고 발생을 사전에 막을 수는 없는 걸까. 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철도 사고 발생 건수는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세다. 특히 철도사고 유형 가운데 무단진입 사고를 포함한 공중교통사상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선로 무단진입 경보 장치, 철도 선로용 펜스 등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영우 한양대학교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취약지구 중심으로 개선을 해나가고 있지만 사고 발생 후 후속조치 성격이 있다”며 “예방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근본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구로와 수도권 남부를 잇는 구간은 운행 열차 편수가 가장 많은 곳으로, 사고에 매우 취약하다. 지하철, 수도권 전철, 무궁화·새마을 등 일반열차, KTX는 물론 컨테이너 수송 화물열차까지 통과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 기조에 따라 수도권 전철망은 전국으로 확장됐다. 도시 연결 전철 서비스인 KTX 수요도 폭증했다. 그러나 선로 용량 부족으로 수도권 전철, 국철의 선로를 빌려쓰고 있는 상황이다.

류재영 연구그룹미래세상 교통물류4.0 대표는 “표준열차궤도에 따라 선로 이용이 가능해 빌려 쓰고는 있지만 원래 KTX는 수도권 전철 플랫폼을 지나도록 하면 안 된다”며 “성격이 다른 열차가 같은 선로를 이용하면서 사고 발생 확률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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