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이제 가상자산거래소 사업 힘들어…개발자 창업 스토리 ‘옛말’

입력 2023-07-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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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상자산거래소 실명계정 운영 지침 마련
준비금 30억 원…AML 기준·절차 내실화
“스타트업, 이제 거래소 사업하기 쉽지 않을 듯”
자본금 300만 원서 출발한 거래소 창업史 이제 ‘옛말’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은행연합회의 이번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 지침 마련으로 이제 스타트업이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센스를 받고, 가상자산 거래·운용 사업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그마한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대형 거래소로 성장한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창업 스토리는 이제 옛 이야기가 돼버렸다.

은행연합회가 27일 새로 마련한 실명계정 운영 지침은 △가상자산 거래소 준비금 최소 30억 원 △월 1회 이상 현장실사 △영업일마다 예치금 현황 확인 △자금세탁 방지의 기준ㆍ절차 내실화 등을 골자로 한다.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원화마켓을 열기 위해서는 준비금 30억 원은 물론, 체계적인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구축과 이를 위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에 AML 전문 인력이 부족해 가상자산업계뿐 아니라 전통 금융권에서도 인력 쟁탈전이 치열한데,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서는 해당 조건을 갖추지 쉽지 않아 보인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준비금 30억 원은 원화마켓 계약 논의 과정에서 계속 제시됐던 금액이라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준비금 30억 원을 포함해 연간 최소 50억 원 정도는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이 거래소 사업을 하기엔 사실상 힘든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관측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오랜 기간 은행 계약을 준비한 코인마켓 거래소는 이번 지침이 크게 문제 없을 거라 본다”면서도 “다만 우리도 스타트업에서 시작했는데, 이제 시장에서 자본력이 없는 곳은 거래소업에 진입시키지 않으려는 시기가 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출발은 모두 스타트업이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설립된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은 2013년 4월 문을 열었다. 고교 시절부터 테크 CEO를 꿈꿨던 유영석 공동 창업자가 혼자서 20일 동안 서비스를 만든 게 첫 시작이었다고 한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2012년 두나무를 창업했다. 이듬해 카카오의 투자를 받았고, 2017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선보였다. 두나무는 유니콘을 넘어서 지난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올라,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됐다.

빗썸의 시작은 2013년 12월 ‘엑스코인’이라는 코인 거래 서비스였다. 당시 자본금은 5000만 원, 그해 매출은 4200만 원에 불과했다. 코인원은 2014년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차명훈 대표가 창업했다. 1989년생인 차 대표는 대학 동문들과 함께 자본금 300만 원으로 ‘디바인랩’(당시 사명)을 설립했다. 고팍스 창업자 이준행 전 대표는 2015년 6월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를 창업했다. 스트리미의 첫 출발 역시 자본금 5000만 원의 스타트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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