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유통가에서 빨간 불이 켜졌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배달업계 근로자들이 온열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폭염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폭염에도 멈출 수 없는 물류센터와 냉방이 잘 되지 않는 주차장을 운영 중인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업계는 최근 근로자에게 폭염 예방 수칙을 강조하고 더위 대비 '쿨 키트(Cool Kit) 지급에 힘을 쏟고 있다.
우선 이마트는 옥외 근로자 온열질환 예방수칙과 관리지침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다. 검품 하역장, 파지 작업장 근로자, 주차·환경 관련 실외 노동자 등이 대상이다. 또 얼음물과 식염 포도당을 제공하고 이를 옥외 사업장에도 비치했다. 폭염특보 시 휴식 시간을 부여하거나 무더운 시간대 옥외 작업을 금하는 조치도 하고 있다. 5월에는 쿨매트·아이스팩·응급가위·거상 에어백·보온포·위생티슈·식염포도당 등으로 구성된 폭염 응급키트도 도입했다. 이밖에 이마트·트레이더스·물류센터에 옥외 디지털 온·습도계도 뒀는데, 수치를 통해 폭염 대응 지침을 신속하게 적용하기 위한 용도다.
롯데마트는 사무실과 휴게실 등의 노후한 냉난방 설비를 교체하는 등 개선을 진행했다. 온열 질환 발생에 취약하지 않은 업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배송 담당 기사 전원에게 쿨 플러스 키트를 지급했다. 키트는 조끼에 소지해 열사병 방지를 돕는 아이스팩, 체온 유지를 돕는 쿨넥, 탈수 예방을 위한 식염포도당·이온음료와 물병 등으로 구성됐다.
물류센터 종사자를 위한 이커머스업계의 지원책도 다양하다. 쿠팡의 물류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배송 시 가지고 갈 수 있는 생수와 이온 음료, 식염 포도당 등을 지급하고 있다. 이동 중 생수와 이온 음료를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는 보냉백을 지급하고 만족도에 따라 쿨토시, 쿨스카프, 텀블러, 헤어밴드, 스포츠 타월, 얼음컵 등도 지원하고 있다.
SSG닷컴은 7월 초부터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NE.O) 세 곳과 전국 이마트 100여 개 점포 PP(Picking&Packing)센터 근무자들과 협력사 배송기사들에게 온열질환, 뇌·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쓱 쿨키트'를 순차 전달 중이다. 아울러 재작년부터 정기적으로 진행한 헬스케어 프로그램도 이어간다. 네오 각 센터의 건강관리실과 보건관리자를 중심으로 근골격계 질환 예방 프로그램, 응급처치 교육, 스트레스 상담 등을 운영한다.
배달플랫폼 업체도 폭염에 가장 바쁜 배달 기사들의 건강권 확보에 힘쓰고 있다. 우아한청년들은 배민 라이더를 대상으로 폭염 및 폭우를 대비해 고급 우비, 핸들커버, 쿨시트 등 물품을 지원한다. 요기요는 '요기요 익스프레스' 라이더들의 여름철 안전을 위해 바이크 쿨시트와 여름용 바이크 토시, 쿨 바라클라바, 쿨 팔토시, 안티포그(김서림 방지) 필름 등을 필수 아이템으로 준비했다. 쿠팡이츠서비스는 배달파트너들에게 주 1회 생수 교환권을 지원한다. 운송 수단에 상관없이 전주 10건 이상 꾸준히 배달을 수행한 배달파트너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생수 교환권을 지급한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각 사업의 온열질환 예방수칙 이행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경기 화성시 쿠팡 동탄물류센터를 방문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최근 폭염은 높은 기온에 노출되는 현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작업자에게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다음 달 1일부터 폭염에 따른 상황 대응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동탄물류센터에서 폭염에 따라 추가로 부여하는 휴게시간이 하루에 5분 남짓이라고 지적하며 불만이 크다. 이들은 8월 1일 하루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