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등 CRV코인 입출금 정리…한때 7500원, 10배 가까이 올라
"인위적 개입 안돼" 피해 막아야, '입출금 제한' 놓고 의견 엇갈려
‘커브 파이낸스(커브)’에서 발생한 해킹 사태로 국내 1, 2위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이 커브 다오 토큰(CRV)에 대한 입출금을 막았다. 이로 인해 빗썸에서는 한때 CRV 가격이 글로벌과 최대 9배 차이가 나는 ‘가두리 펌핑’ 현상이 또다시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번 커브 해킹 사태와 관련해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생태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 국내 분위기와는 대조를 이뤘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어제(지난달 31일) 주요 디파이 인프라인 커브 파이낸스에서 취약점 공격이 발생했다. 이더리움(ETH) 가상머신을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인 ‘바이퍼’에 존재하는 ‘재진입’ 취약점에 대한 공격인해 발생한 최대 손실액은 약 5000만 달러, 한화 64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커브가 취약점 공격을 당한 지난달 31일 국내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은 커브 다오 토큰(CRV)에 대한 입출금을 중지했고, 코인원 역시 입금을 중지해 대응했다. 다만 이로 인해 이들 거래소에서 ‘가두리 펌핑’ 현상이 또다시 발생했다. 특히 빗썸에선 전날 한때 CRV 가격이 75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고, 입금을 막은 코인원에서도 한때 3928원까지 급상승했다. 업비트도 한때 1300원대를 형성하며, 같은 시간 코인마켓캡 기준 전세계 거래소에서 CRV 가격이 약 800원대에 머물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코인데스크 등 블록체인 전문 외신들 역시 이 같은 현상을 주목해 보도하기도 했다.
‘가두리 펌핑’이란 특정한 이유로 가상자산의 입출금이 막히는 경우, 적은 유동성을 바탕으로 특정 세력이 가격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 국내 가상자산 업계관계자는 “국내 거래소는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유동성이 적어, (입출금이 막히면)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도 시세 조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두리가) 국내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한국은 적은 유동성에 비해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서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 업계에선 이 같은 가두리 현상을 만들어 내는 거래소의 ‘입출금 제한’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인위적인 개입으로 인한 ‘또 다른 시장 왜곡’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큰 문제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한 취지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 한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국내처럼 입출금을 제한하는 일은 드물다”며 “사실 거래소가 이렇게까지 입출금을 막는 건 특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대한 인위적 개입일 수도 있다”면서 “오히려 입출금을 막아서 가격 왜곡되고, 뒤늦게 자산을 매수한 사람들이 진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입출금 제한은) 각 거래소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면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해킹 물량이 거래소에 덤핑 돼 피해를 입으면 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결과론적인 이야기 같다”면서 “이 부분 역시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 커브가 ‘가두리 펌핑’으로 주목 받는 사이, 해외에선 커브와 디파이 생태계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저스틴 선 트론 창업자는 “커브는 블록체인 산업에 필수적인 디파이 인프라”라면서 “탈중앙화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 대책을 지원하고 강화하자”고 커브를 응원했다. 비트코인 채굴기 제조 기업 비트메인의 공동창업자인 우지한 역시 “다가오는 RWA(실물자산연동코인) 물결에서 커브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 중 하나”라며 커브 매입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블록체인 기반 소셜 미디어 프로젝트 렌즈 프로토콜을 설립한 스타니 쿨레초프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사태의 긍정적인 측면은 대중이 모든 행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화이트 해킹을 통해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면서 “이것은 DeFi가 제공하는 투명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