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의 김본환 대표가 이틀 연속 여야 지도부를 만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과거 '타다 사태'를 언급하며 더 이상 뼈아픈 좌절이 있어선 안 된다며 계류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3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민생채움단이 미래 산업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연 '혁신 성장을 위한 플랫폼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기업인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하나는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인한 재원 문제, 하나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 환경,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전통적 산업환경 질서에서 진입장벽을 쌓아올린 그룹들과의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는커녕 국내에서조차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변호사 단체가 혁신과 변화를 가로막고, 법적으로 문제 삼으려다 안되니, 플랫폼을 쓰는 이용자들을 자체 규정으로 징계해 징계받은 변호사들이 현재까지 123명에 "이라며 "타다 사태가 있은 지 3년이 지났지만, 기업환경이 과연 그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졌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100명이 넘는 청년 변호사들이 한꺼번에 징계 위기에 내몰린 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변호사 단체가 임의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광고 규정을 법무부가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다"며 "이 법안이 조속히 처리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인들이 마음껏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혁신 회피는 거부할 수 없다"며 "반드시 일으켜 내야 국가 경쟁력을 갖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우리가 안고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언제까지 정치가 모른척 할 수 없게 됐다. 이제 정치가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서야 한다"며 "진지한 자세로 해결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 소속의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도 힘을 보탰다. 강 의원은 "로톡이 2015년 부터 8~9년싸우고 있는데, 규제보다 기술의 발전이 빨라 (혁신) 기업들의 생명이 길지 않을 수 있다"면서 "챗GPT는 판례 분석해서 사례를 내놓고 있고, IBM 인공지능은 나온지 벌써 수년이 됐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기득권 저항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그동안 공장형 기업으로 먹고 살았는데 앞으로 소비자와 윈윈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과거 토론회에서 나온 삼쩜삼의 시스템과 관련한 한 일반인의 발언을 인용해 "'국가가 세금은 알아서 다 떼가면서 환급은 국민 각자 받으라고 하냐'"라며 "혁신 스타트업이 정치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들 옹호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전날에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찾아 변호사법 개정안의 빠른 처리를 당부했다. 이틀 연속 정치권 지도부를 만나면서 제도 개선을 위한 보폭을 넓혔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의 골자는 변호사 광고에 대한 규제 권한을 대한변호사협회가 아닌 대통령이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개정안은 '온라인 플랫폼'을 변호사가 광고할 수 있는 매체에 포함시켰다.
김 대표는 이틀 연속 지도부를 향해 해외 리걸테크(Legal tech) 산업의 성장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랙슨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기업은 7268개다. 유니콘 기업 수는 9개, 총 투자 규모는 115억 달러(14조7700억 원)에 달한다. 상장기업 수는 17개다. 일본 ‘벤고시닷컴’과 미국 ‘피스컬노트’를 더해 전세계 상장 리걸테크 기업을 모두 19개 사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반면 국내 리걸테크 기업 수는 30여 개에 그친다. 로앤컴퍼니가 중기부로부터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된 게 유일하다.
벤처업계에선 정치권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기대감을 거는 분위기다. 다만 이런 인식 전환이 얼마나 속도감 있는 추진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실제 이번 혁신기업 간담회는 박 원내대표가 6월 ‘타다 반성문’을 쓴 지 두 달 만에 내놓은 후속 조치다.
또 박 원내대표가 당시 "타다 승소가 국회 패소라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 시대의 흐름을 정치가 따라가지 못한 사례”라며 반성하는 듯한 의미의 발언을 내놓은 뒤 민주당 내에서 “당시 법 개정은 사회적 대타협의 결과물”이라며 반발한 점을 볼 때 혁신을 바라보는 정치권 내 온도차가 제도 개선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