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민 불안감↑…모방범죄 가능성도
대한민국 도심 한복판에서 ‘묻지마 범죄’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살인예고’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잠실역·한티역·오리역 등에도 살인예고 게시글이 올라오며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방 심리에 의한 범죄가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4일 서울경찰청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서울 시내를 범행 장소로 지목한 ‘살인 예고’ 게시글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앞서 경찰청은 21일 발생한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을 모방하는 범죄 예고에 대해 전담대응팀을 꾸려 ‘엄벌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날(3일) 서현역에서 또다시 흉기 난동이 발생하자,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경찰력을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하라”고 지시한 상황이다.
현재 트위터 등 SNS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살인예고 게시물을 종합한 내용이 퍼지고 있다. 게시글에는 이미 범죄가 발생한 서현역부터 시작해 잠실역, 강남역, 한티역 등 구체적인 범죄 장소와 함께 시간이 적시됐다.
이날 오전 2호선 잠실역 일대에는 전날 올라온 “내일 아침 잠실역에서 20명 죽일 거다”라는 내용의 게시글로 인해 긴장감이 웃도는 분위기였다. 경찰 측은 오전 7시50분부터 잠실역 3·4번 출구 앞에 기동대 버스 1대, 소방차 1대, 구급대 1등과 기동대를 배치하며 순찰 강화에 나섰다. 잠실역과 연결된 백화점에서도 폭발물 탐지견을 배치하며 경비를 강화했다.
강남 고속터미널에서는 흉기를 소지한 20대 A 씨가 체포되기도 했다.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오전 10시39분께 “고속버스터미널에 칼을 들고 다니는 남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후 오전 10시45분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건물 1층 상가에서 A 씨를 현행범 체포했으며, A 씨가 가진 흉기 2개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묻지마 범죄들은 이전과 달리 인적이 드물거나 한밤이 아닌 유동인구가 많고 낮과 퇴근시간대에 일어났다. 특히 일상에서 자주 다니던 곳에서 범죄가 발생하자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김재후(32·가명) 씨는 “출·퇴근 시간대에 묻지마 범죄가 일어난다면 피해가 클 것 같아서 무섭다”라며 “아침 지하철에서도 관련 기사를 보고 있는 사람을 여럿 봤다”고 당혹스러워했다.
전문가들은 모방 심리로 인해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이은 살인예고 게시글들은 모방 심리가 작동해 범죄에 대한 학습효과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현재 범행 장소가 사람들이 오히려 많은 곳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시민 스스로 경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 선임연구위원은 “살인예고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후 진압적인 정책으로 형량을 올릴 수밖에 없다”라며 “현행법상 협박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경찰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법 제도로 부족한 측면이 있어 불특정 다수에게 협박으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일종의 ‘테러’와 관련해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