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험사에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정액보험 상품을 개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 등 실손보험 개선책을 연이어 발표해도 약발이 먹히지 않자 우회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전체 보험사에 ‘신상품 개발 및 금감원 신고 관련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금감원은 과잉의료를 유발해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유발하거나, 4세대 실손보험의 도입취지를 훼손하는 상품 개발은 지양하라고 당부했다.
예컨대 실손보험과 유사하게 입원·통원·조제 등으로 구분해 총 급여의료비를 단계적으로 구분해 단계별 상한 의료비의 일정 비율을 정액으로 보장하는 상품이 이에 해당된다.
금감원은 또한 시술이나 처치와는 무관하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하는 동시에 모럴해저드 방지책 명분으로 보장제외 항목을 수백개씩 나열하는 등 불완전판매와 민원 유발 소지가 큰 상품도 예시로 들었다.
해당 상품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자 금감원이 선제적으로 나서 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기존 상품에 대해서도 의료과잉 등 부작용이 현실화 될 경우 별도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 “정액형 담보는 일정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보험상품으로 중대질병에 걸려 소득이 갑자기 사라졌을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진 보험인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수술을 안해도 되는 환자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수술하거나 더 높은 금액의 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어 일반적으로 실손보험 보다 도덕적해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은 맞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손보험금 누수를 막고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자기부담금을 높였지만 정액보험 상품들이 실손보험 자기부담금 인상 효과를 없애는 등 개선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큰 사고나 질병이 아닌데 병원에 가면 이득을 보는 상품 구조라면 굳이 가지 않아도 될 병원을 더 많이 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보험 가입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새로운 담보 없이는 신규 가입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내놓는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과 정액보험은 별개로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며 “보험 자율화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정책이 가고 있어 현실과는 맞지 않는 과한 조치”라고 항변했다.
한편, 금감원은 올해부터 개정된 상품심사기준 및 신고서식에 따라 상품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나 민원유발소지 등 소비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인을 평가하고 이를 경감하기 위한 방안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여부 등을 심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