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전경련,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만들겠다”
“전경련 전체를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만들겠습니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은 8일 서울 여의도동 전경련회관 47층에서 진행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단순 싱크탱크가 아닌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라는 대목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누군가는 ‘전경련을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과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걸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연구기능을 기본으로 한 플러스 알파의 역할을 해야한다” 고 밝혔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55년 만에 새출발하는 한국경제인협회로 흡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경연 흡수는 ‘연구 플러스 알파’를 위한 밑그림으로 연구기능의 축소가 아니라 확대·역할의 재해석이라는 설명이다.
김 직무대행은 “예를 들어,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가 나왔다고 하면 인하우스 연구원이 보고서를 직접 작성하기보다는 관련 입법 동향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미국 전직 경제 관료나 로비스트에 의뢰해 대처방안을 단시일 내 쓰도록하는게 휠씬 효율적이다. 이를 전경련이 받아 분석해 빠른 시간 내에 전경련 회원사들과 공유하고, 동시에 대처방안 마련을 정부에 건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무한경쟁 환경하에서 전경련이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과 LG 등 주요 그룹은 자체 연구소가 있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자체 조사나 연구가 쉽지 않다. 전경련이 이들 나머지 기업들의 조사·연구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기업들의 틈새를 메워주는 역할뿐 아니라, 공익적 연구를 하더라도 자신들 기업을 위한 숨은 의도가 있다는 오해받는 삼성이나 LG 등의 연구소가 갖는 한계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직무대행은 “신속, 유연한 대응을 위해서는 전경련이 문제의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닌 ‘해답을 위한 좋은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전경련을 단순한 싱크탱크를 넘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가치 수호, 확산에 앞장서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한국은 아직 자유시장경제 원칙이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았으며, 사회 곳곳에 여전히 국가주의 틀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가치에 반할뿐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괴리돼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는 법·제도 개선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 전경련이 해야할 일의 최우선 순위”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반시장 포퓰리즘에 맞서 국민들에게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필요성을 알리고 자유시장경제를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이라고 전했다.
김 직무대행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권이 확대되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의미의 자유 민주주의,시장경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상상력, 창의력, 열정을 다하는 체제가 돼야 하는데,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인식을 퍼트리는 게 전경련의 주요 과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경제단체는 연구, 정보분석 기능은 물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을 불합리한 압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새로운 장치도 마련했다.
김 직무대행은 “전경련이 곤란을 겪게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부나 권력과의 관계에서 (부당한 요구를) 거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고, 끌려가면서 미르·K재단사태 등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경련에 대한 차단막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차단막이 외부 인사들로 구성하는 ‘윤리위원회’다. 삼성전자의 준법감시위원회 같은 역할이다.
그는 “회원사들에게 회비 이외 일정 이상의 부담을 요구하거나 행위를 요청하게 될때 윤리위원회를 거치게끔 하는 것”이라며 “윤리위원회는 누가봐도 누구에게 함부로 끌려가지 않을 명망있는 인사로 엄격하게 구성할 것”이라고 했다.
김 직무대행이 강조한 두번째 차단막은 위원회 제도다. 김 직무대행은 “그간 전경련은 회장과 상근부회장, 집행부 중심으로 의사결정해왔다. 외부에서 큰 결정을 요구하면 거부하기 쉽지 않았던 구조”라면서 “이제는 주요한 의사결정을 할때 회원사를 중심으로 각종 기능, 산업별 위원회를 통해 의사 결정을 분산해야한다. 이는 외부 압박으로부터 일종의 방어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한을 나눔으로써 부당한 압력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직무대행은 차기 회장으로 추대된 류진 풍진그룹 회장이 전경련을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나게 하는 데 주효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류 회장이 해외통이다. 외국 문화에 능통하고 해외 네트워크는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가장 강한 분”이라며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류진 회장이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는 걸 느꼈다. 전경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전경련이 다른 단체에 비해 특별히 강한 부분이 글로벌 네트워크”라며 “일본이나 미국 등 글로벌 주요국가 경제 채널과의 유대가 굉장히 강하다. 이를 앞으로 더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전경련이 가진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대미, 대일 경제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가치동맹 구축 기반 조성에 기여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중 갈등 장기화,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3국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이 미국, 일본과 굳건한 가치동맹을 구축하는 토대를 조성하는 것에 전경련이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도 했다.
김 직무대행은 지난 6개월 간 무너졌던 전경련의 기반을 다시 세우는데 주력했다. 전경련에 합류 이후 방일, 방미 경제사절단 행사를 주관하는 등 이전의 위상을 상당부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스스로는 기초만 놓았을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4대그룹 재가입과 관련해선 “큰 매듭이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22일 임시총회에서 1차적 그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부는 아니었지만 주요 그룹들이 실질적으로 (전경련) 활동에 이미 참여하고 있다. 대통령 순방 때 같이 모시고 가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갓생한끼’란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형식적으로 완성이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직무대행은 “제일 중요한 건 회비가 들어와야 제대로된 활동이 되는 것이다.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좋은 활동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4대그룹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경련 자체가 변화·혁신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신생 대기업 등 더 많은 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 자유시장경제의 담론을 제시해온 그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완화가 필요한 각종 규제도 언급했다.
그는 “규제 개혁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 환경, 공정거래 등 산업 및 기업 전반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국내 노동시장은 정의와 공정, 상식이 무너져 올바른 시장경제 원칙이 자리잡기 힘든 상황으로 개혁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노동시장의 극심한 이중구조로 모기업, 1차, 2차 협력사 근로자 간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기본원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대기업, 정규직 강성 노조의 기득권 추구로 대기업의 비용부담이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집중 전가되면서 기형적 임금 구조가 형성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나치게 노조 중심의 법, 제도로 인해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노동시장 경쟁력이 악화됐다”며 “정부, 국회 등이 노동개혁 필요성을 인지하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이해관계자는 물론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인세율 인하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정부의 법인세 인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반대로 세율 인하폭이 축소돼 조세경쟁력 제고와 해외자본 유치에 한계가 있었다”며 “여소야대 국면의 지속으로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과표 단순화가 빠진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라고 털어놨다.
자유주의를 주창해온 그는 국가의 개입과 공정성을 위한 정의를 구분해야한다고 힘줘 말한다.
김 직무대행은 “자유주의란 공정과 상식 위에 서는 것”이라며 “자유를 해치는 것에 국가가 칼을 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중요한 시기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있지만, 제가 변함없이 믿고 있는 건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게 자유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국민은 성공과 목표를 향한 대단한 열정이 있고, 웬만해선 만족을 안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역량도 갖췄다. 더불어 공동선에 대한 의식이 높다. 이러한 국민은 풀어줘야 한다. 국민을 자꾸 묶거나, 획일적으로 통제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홍기범 산업부장 kbhong@
정리=이꽃들 기자 flowerslee@ 이난희 기자 nancho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