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부족 심화·미국 추가 수출 제한 우려해 비축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은 최근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로부터 50억 달러(약 6조5800억 원)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을 주문했다.
이들 4개사는 엔비디아의 A800 칩 10만 개를 10억 달러에 구매하기 위해 주문을 넣었으며, 올해 안에 제품을 받아볼 예정이다. 아울러 엔비디아와 40억 달러어치에 달하는 내년도 A800칩 구매 계약을 맺었다.
GPU는 생성형 AI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인 고성능 반도체다. 엔비디아는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할 만큼 독보적인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중국 기업들이 대거 매입한 A800은 중국 시장용으로 제조된 저사양 AI 반도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이 AI와 반도체 기술을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첨단 기술 제품의 대중 수출을 제한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미국 상무부가 제시한 성능 요건을 밑도는 A800을 제조해 중국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A800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초당 400기가바이트(GB)다.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 ‘A100’의 전송속도인 초당 600GB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속도다.
중국 IT 기업들이 최근 A800 비축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수요 급증으로 인한 GPU 부족 심화와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강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월 말 미국이 대중국 AI용 반도체 수출 제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에는 엔비디아가 만든 AI 반도체 중에서도 최첨단 제품만 대중 수출 제한 대상이었는데, 이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규제가 현실화하면 A800도 당국의 허가 없이는 중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콜렛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당시 인터뷰에서 추가 수출 제한 가능성과 관련해 “당장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회사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