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도 아닌데 '책임 불똥' 튈까 불안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파행 끝에 'K-잼버리'로 변신하면서 끝이 났지만, 부실한 대회 준비와 운영에 대한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직접 준비에 나섰던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조직위원회 관련 부처는 물론, 부지 조성을 비롯한 준비부터 행사 운영에 이르기까지 관계된 각 부처에서는 '유탄'을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책임으로 해임이 건의된 이상래 행정중심 복합도시건설청장과 같은 사례가 또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행정 수장인 잼버리 정부지원위원회 위원장 한덕수 국무총리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난처한 입장에 섰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원인규명에 나서야하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행사 3개월 전인 5월 현장을 방문해 이번 대회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숙영지, 텐트, 화장실, 샤워장 등을 살폈다. 방 실장은 잼버리 전 마무리 점검 차원에서 대회를 19일 앞둔 7월 13일 현장을 방문해 점검했다.
앞서 올해 3월 열린 새만금 잼버리 제2차 정부지원위원회나 새만금 잼버리 점검·지원 TF 회의 등에서도 폭염·폭우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안전조치와 해충방제대책을 논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조사실이 감찰에 나서야 하는 만큼 균형감 있게 감찰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위가 아닌 부처들도 후폭풍이 두렵긴 마찬가지다. 특히 잼버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곳은 불안감은 느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농림축산식품부다. 물이 빠지지 않아 진흙밭이 된 잼버리 부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매립공사에 관여했다. 잼버리 부지는 관광과 레저를 위한 용지였기에 매립 비용이 부족했고, 이에 매립 비용을 농지관리기금으로 충당하고 잼버리 부지는 물 빠짐이 원활하지 않은 농업 용지로 바꿔 농어촌공사가 매립을 추진했다.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지 조성공사와 침수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편법으로 진행된 매립 방식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공사와 함께 2019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잼버리 참석을 위해 미국을 다녀왔다. 부지 매립공사 전 예상 문제 발굴을 위한 한 번의 출장이었지만 전라북도, 부안군, 여가부, 새만금청 등 잼버리 관계 기관 공무원들과 함께 '잼버리 외유'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잼버리 관계 기관 공무원들은 이미 100여 차례에 가까운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새만금청은 잼버리 개최를 이유로 7886억 원 규모의 내부동서·남북도로 건설 등을 추진했고, 연이은 개발 논리로 새만금에는 공항과 고속도로 등 굵직한 기반시설(SOC) 구축도 이어질 계획이다. 이 과정이 밝혀지면서 새만금 일대 개발 사업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결된 부처들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감찰과 감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나 개발 인허가 등과 관련해 어떤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만약 새만금 관련 SOC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경우 책임 추궁의 범위는 더 커질 수도 있다.
뒷수습에 각 정부 부처가 동원되는 것도 불똥이 튀는 것을 사전에 차단 하려는 맥락이라는 해석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잼버리 폐영식과 K-POP 콘서트 지원을 위해 공공기관 직원을 동원했고, 대원들 이동을 위한 예비비 지원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잼버리 대원들이 묵을 숙소 마련을 위해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엉뚱한 정부부처가 정치적인 책임공방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새만금 사업은 물론 잼버리는 여러 정권을 거쳐 장기적으로 진행돼 왔고, 실제로 정치적인 연관성도 매우 큰 사안인데 이제 와서 좋지 않은 여론으로 사업 변경은 물론 책임도 지우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문제가 터지면 고생은 고생대로 다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책임까지 지라고 할까 봐 두렵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