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11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아흐메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폐영식에서 4만여 대원들에게 “여러분은 시련에 맞서고 이것을 오히려 특별한 경험으로 바꿨다”고 했다. 빈말이 아니다. 이번 잼버리는 진정 특별했다. 세계에서 몰려든 대원들에게도 그렇고, 대한민국에도 그렇다. 그 어떤 잼버리가 이번처럼 난장판으로 시작해 화려한 종지부를 찍는 급반전 드라마를 썼겠는가.
안도만 할 때가 아니다. 진정한 마무리가 급하다. 국격을 훼손하는 국제행사 꼴을 다시 볼 걱정이 없도록 진상 규명에 엄중히 임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다. 허허벌판 갯벌 간척지에 야영장이 마련된 것부터 황당했다. 전북도는 ‘잼버리에 맞춘 신속 개발’을 명분으로 땅을 매립했고 우려의 목소리에는 흙을 더 쌓고 염분에 강한 나무 등을 심어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우겼다. 다 헛소리였다.
청결 관리가 안 되는 더러운 화장실, 부실한 샤워장·의료시설 등 다른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개막 첫날부터 400여 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했고, 유쾌한 잔치·즐거운 놀이란 뜻의 잼버리는 ‘생존 체험’의 현장으로 변질됐다. 급기야 영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가 조기 철수를 했다. 왜 그리됐던 것인가.
대한민국은 32년 전인 1991년 고성에서 세계잼버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새만금 잼버리는 32년 전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들이고도 ‘시련’과 ‘특별한 경험’을 안겼다. 이런 퇴행이 있는가. 감사원은 어제 전면적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경 수사도 불가피할 것이다.
예산 낭비를 뒤늦게나마 줄이는 국가적 노력도 필요하다. 전북도가 잼버리를 내세워 추진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부터 원점 재검토할 일이다. 경제적 타당성이 의문시되는 공항 건설에 배정된 사업비가 8077억 원이다. 공항 건설은 아직 첫 삽도 못 떴다. 건설 타당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꼴불견은 새만금 잼버리의 부실만이 아니다. 여야는 네 탓 공방으로 여념이 없다. 중앙·지방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 등의 면피 행각도 가관이다. 지난 2월 이후 5인 공동위원장 체제였던 조직위는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 알 수 없었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세계연맹과 전북도 등에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였다. 어떤 전북 도의원은 대원들이 귀하게 자라서 불평불만이 많다는 취지의 글을 사회관계망(SNS)에 올려 여론의 분노를 부채질하기도 했다. 다 부실한 것이다.
정부, 정치권 행태를 포함한 새만금 잼버리 문제점을 백서로 남겨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024년 강원 동계청소년 올림픽과 2027년 가톨릭 세계청년대회가 앞으로 개최된다.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결정도 올해 11월 말로 임박했다. 이번 잼버리의 교훈만 잘 소화해도 미래의 실패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나아가 불요불급한 국제 행사 유치에 언제까지 매달릴 것인지 성찰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