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를 사들이는 지방 투자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뿐만 아니라 중랑구와 강북구, 관악구 등 외곽지역 아파트 매수도 급증했다. 최근 지방 집값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고, 빠르게 반등하는 서울 아파트를 사들이려는 지방 투자자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아파트 외지인 매수가 늘겠지만, 지방 집값이 반등하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한국부동산원 통계 분석 결과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외지인 매수 비중은 28.5%로 5월 24.9%보다 3.6%포인트(p) 증가했다. 이 비중은 3월 25%를 기록한 뒤 5월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달 반등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월 4136건으로 이 가운데 외지인 거래는 1180건으로 나타났다. 5월 거래량은 3711건으로 이 가운데 외지인 거래량은 925건이었다. 전월과 비교하면 거래량과 비중 모두 늘어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줄었다. 5월 전국 아파트 매매량은 4만746건에서 6월 3만9622건으로 감소했다.
특히 서울 내 외지인 거래가 집중된 곳은 강남 3구와 함께 중랑구와 강북구, 관악구 등 중저가 단지 밀집지역에서 눈에 띄게 늘었다. 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중랑구는 5월 16건에서 6월 82건으로 413% 급증했다. 또 강북구는 11건에서 84건으로 664%, 관악구는 30건에서 197건으로 557% 폭증했다.
아울러 기존 지방 투자자의 거래가 집중됐던 강남 3구 일대 수요도 견고한 흐름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59건에서 70건으로 19% 늘었고, 서초구 역시 50건에서 53건으로 6% 증가했다. 강동구 역시 64건에서 80건으로 25%가량 늘었다. 다만, 송파구는 110건에서 104건으로 소폭 줄었다.
지방 부동산 투자자의 ‘상경 투자’는 서울 중심의 집값 상승과 함께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상대적으로 수도권 투자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정부는 수도권의 전매제한 및 규제 지역 해제 조치를 단행했고,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값은 지방보다 가파르게 올랐다. 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집계 기준으로 서울은 지난 7일 기준 12주 연속 올랐지만, 지방은 하락을 거듭하다 보합(0.0%)에 턱걸이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도권 위주의 집값 회복 양극화가 지방 투자자의 상경 매입 수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부담이나 집값 흐름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자산가치가 크고, 대기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투자자들이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투자자 기준에선 앞으로 집값이 오를 거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자금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며 “특히, 강남지역 매수세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강남 일대가 토지거래허가제 등 규제로 묶여 있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매수세는 더 크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 외곽지역 매수세 급증에 대해 윤 위원은 “이들 지역은 경기지역에서 서울로 넘어오는 ‘갈아타기’ 수요가 많고, 서울 다른 지역보다 가격대가 저렴하니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덜한 지방에 투자하느니 서울에 한 채 사두려는 안전자산 확보 심리가 작용해 지방에서 투자가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경 투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장기적으로 지방 집값이 반등하면 줄어들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함 랩장은 “미분양 문제가 남아있는 지방보다는 당분간 수도권 위주의 수요집중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은 “단기간 내에는 상경 투자가 늘겠지만, 지방 집값이 회복되고 시장이 좋아지면 상경 투자가 줄고, 오히려 반대로 서울에서 지방 아파트에 투자하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