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호캉스 할까 하는데, 롯데호텔월드 어때?” “어, 한 번 가봐. 근데 굳이?”
지난 주말 호캉스에 일가견이 있다는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돌아온 대답은 어쩐지 개운치 않았다. 그렇다고 어렵사리 예약한 곳을 무를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식의 질문을 알아챈 것인지, 그의 부연 설명은 듣고 싶지 않았다. 내돈 내산, 그저 마음이 내키는 대로 잠실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텔 측의 과감한 변화가 선사한 소소한 휴가의 행복. 그 자체였다.
1988년에 완공, 서울올림픽과 동갑인 유구한(?) 역사의 ‘롯데호텔잠실’을 굳이 이번 호캉스 장소로 택한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모험과 신비가 가득한 나라 우리가 꿈꾸던 그곳 ♪ 롯데월드 어드벤처(이하 롯데월드)’를 여유 있게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호텔잠실은 로티와 로리가 365일 반겨주는 국내 최대이자 최초 실내테마파크 롯데월드와 맞닿아 있다. 그런데 말만 바로 옆이지, 그동안은 연결 통로가 내부에 없어 외부로 나가거나 지하 주차장을 통해 10여분 돌고 돌아 롯데월드로 입장하는 번거로움이 컸다.
그런데 올해 1월 롯데호텔월드는 3년여의 리뉴얼 작업을 마친 끝에 롯데월드와 직결되는 ‘원더도어’라는 전용 게이트를 만들었다. 최고 혜택은 호텔 전용 티켓(성인 1인 3만2000원) 구매 시 개장 시간(10시)보다 15분 빨리 입장할 수 있고, 당일에 한해 1회 재입장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 이른 조식을 먹기 위해 체크인 다음날 아침 8시. 이달 초 리뉴얼 재오픈한 뷔페 레스토랑 ‘라 세느(LA SEINE)’로 향했다. 코로나19 이전 방문 때와는 사뭇 달라진 인테리어가 눈을 사로잡았다. 프랑스 파리 세느강을 모티브로 한 그 이름처럼, 황동빛 금속 아치 인테리어로 고급스러운 유럽풍 식당을 제대로 구현했다.
재단장한 라 세느는 그릴, 스시, 핫푸드, 콜드를 포함한 7개 라이브 섹션에서 120여 개의 다채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조식의 경우 메뉴가 다소 한정적인데, 전문 셰프가 요리한 음식을 즉석에서 바로 제공하는 ‘오픈 키친(Open Kitchen)’이 먹는 즐거움에 맛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전문 바리스타가 아침부터 다양한 커피류와 차를 정성스럽게 만들어주는 점도 차별화된다.
다만 아침 해장 메뉴로 인기인 즉석 쌀국수의 경우, 셰프 한 명이 일일이 토렴해 만들다보니 면발이 덜 익은 점이 아쉬웠다. 옆 테이블의 남성은 ‘이렇게 굵은 면발을 쓰니 제대로 익히기 힘들지’라며 혼잣말을 하더니 결국 절반 이상을 남겼다. 그럼에도 호텔 뷔페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한식 메뉴가 다양한 점은 라 세느의 최대 장점. 이날 함께한 가족은 전복죽에 잘 익은 갓김치가 ‘최고의 한 끼’라며 엄지척을 보였다.
이제 원더도어로 향할 시간. 롯데월드 개장 15분 전 입장을 기대한 많은 호텔 투숙객들이 9시30분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10시가 되도록 원더도어 입장은 쉽지 않았다. 게이트 앞 직원 한 명이 ‘재입장’ 여부를 확인하며 팔찌에 확인 도장까지 찍어대느라, 대기 줄의 절반은 이미 10시를 넘겨 입장해야 했다.
롯데월드 진입 직후 수백 명의 초중고교 학생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다다다다 달려오는 모습과 맞닥뜨렸다. 그들의 대환장 ‘오픈 런’에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인파에 휩쓸린 채 가장 인기 놀이기구인 ‘아틀란티스’에 당도한 시간은 10시20분. 이후 30여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11시에야 겨우 탑승. 비명을 한껏 지르고 나오니 또 다시 정신이 혼미해졌다.
서너 개의 놀이기구를 더 타고나니 오후 2시. 배고픔과 피로가 동시에 밀려왔다. 그렇다. 이제 ‘원더도어’로 되돌아갈 시간이다. 호텔 너머 롯데월드몰에서 점심 식사 후 호텔에 들어와 1시간 넘게 오수를 즐겼다.
오후 5시 롯데월드로 재입장. 또 다른 인기 놀이기구 ‘후룸라이드’에 몸을 실었고, ‘스페인해적선(일명 바이킹)’에선 K문화 체험에 나선 잼버리 스카우트 대원들과 두 손 들어 만세를 불렀다. 삼바 퍼레이드까지 즐긴 후 찾아온 허기를 ‘bhc 콜팝’으로 달랬다. 오후 8시, 이제 항복. 다시 ‘원더도어’를 통해 호텔로 재빨리 귀환했다. 개장 15분 전 입장은 못했지만, 재입장 혜택 덕에 롯데월드를 하루 종일 쉬엄쉬엄 만끽하고픈 미션은 완수했다.
롯데월드를 온몸으로 체험하기 힘들다면, 롯데호텔월드가 이번 리뉴얼 끝에 야심차게 선보인 ‘더 라운지 앤 바(The Lounge & Bar)’에서 소소한 눈요기도 가능하다. 비록 불투명 유리 전망이지만 모노레일과 바이킹, 풍선비행 등 롯데월드 어드벤처 시그니처 놀이기구와 퍼레이드를 편안히 앉아서 지켜볼 수 있다.
낮 타임 추천 대표 메뉴는 ‘월드 클래스 애프터눈 티 세트’다. 조선시대 양잠을 했던 곳이라 붙여진 지역명 ‘잠실’에서 이름을 따, 뽕나무 열매 멀베리(오디) 자체를 활용한 메뉴에 지구본 모양을 딴 쟁반부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소 달달한 간식과는 거리두기를 해왔지만, 멀베리·쑥 스콘을 시작으로 블루베리 케이크, 마들렌, 망고 치즈 케이크, 라즈베리 콤보트, 잼본 뷰레와 랍스터 샌드위치까지 당충전이 가능한 브런치로 제격이다. 커피와 홍차 등 2인 음료까지 포함이다.
올해 6월 리뉴얼 재오픈한 ‘더 라운지 앤 바’는 다양한 마실 거리를 비롯해 브런치, 런치, 디너를 비롯해 1000여병의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 대형 와인셀러를 설치해 150여종의 와인을 선보인다. 와인과 즐기기 좋은 비스트로 메뉴와 코스 요리를 비롯해 2개의 별실도 마련해 소규모 미팅이나 파티, 와인 디너도 가능하다.
롯데호텔월드는 지난해 5월 속살격인 모든 객실의 새단장도 훌륭하게 마쳤다. 과거 고동색 나무로 점철돼 다소 촌스러웠던 인테리어는 완전히 사라졌다. 하얀 대리석으로 꾸며진 욕실과 부드러운 자연 색감의 베이지톤 거실과 침실은 안락함을 배가시킨다. 리뉴얼된 객실은 모두 244실로,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해 카카오프렌즈 등 캐릭터 룸을 기존 30실에서 52실로 늘렸다.
이번 리뉴얼은 1988년 서울올림픽 본부 호텔로 문을 연 지 30여년 만 처음으로, 2020년 5월 시설 노후화 개선 등을 위해 시작돼 3년에 걸쳐 마무리됐다. 올해 1월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사랑하는 중식당 ‘도림’도 리뉴얼을 마치고, ‘도림 더 칸톤 테이블’로 변신했다. 도림 어원인 무릉도원을 담은 미술작품과 도자기 등 아트워크를 식당 곳곳에 전시해 갤러리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는 평가다.
롯데호텔월드 관계자는 “도림부터 더 라운지 앤 바, 라 세느까지 식음업장을 비롯해 전 객실 리뉴얼, 원더도어 설치까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편안함을 드리기 위해 모든 채비를 마쳤다”며 “30년 만의 리뉴얼 이후 가족 단위 고객들은 물론 MZ세대 고객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