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역·총리·국회의장·MB 등 조문 잇따라
文·朴은 화환…오세훈·반기문·이낙연도 조문
尹, 장례 마치고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17일 放美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를 찾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8시께 고인을 조문하기 위해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이 때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유튜버가 이 대표를 발견하고 "전과 4범이 어딜 오냐. 빨리 구속해!"라고 외쳤다. 반면 해당 유튜버의 맞은 편에서는 이 대표의 지지자로 보이는 중년 여성 두 명이 연신 "이재명 파이팅"을 외치면서 대조를 이뤘다.
이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등 지도부는 별도 대응 없이 그대로 식장 로비로 입장했다. 이 대표 일행은 먼저 대기하고 있던 박광온 원내대표, 김민석 정책위의장과 함께 지하 2층 빈소로 향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해당 여성은 이투데이와 만나 "(유튜버의 발언에) 너무 놀랐다"며 "이 대표가 온다고 해서 보러 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여분 간의 조문을 마치고 식장을 나섰다. 이 대표는 빈소에서 윤 대통령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고, 윤 대통령은 이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식장을 떠나는 과정에서 취재진과 유튜버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대거 몰리면서 극도로 혼잡한 상황이 연출됐다. 일부 강성 유튜버들은 오는 17일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조사를 앞둔 이 대표를 향해 "빨리 자수하라", "검찰 조사나 잘 받으라", "안면인식장애라면서" 등의 조롱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기자들은 이 대표에게 '대통령께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렸나' 등의 질문을 했지만, 유튜버들의 비난성 고성 난무에 답변 자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별다른 발언 없이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한편 이날 고인의 빈소에는 여야 지도부와 대통령실 참모를 비롯해 정부·사회·종교 등 각계 인사들이 잇따라 조문했다. 조화·조문을 사양하고 조문객을 최소화한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여야 정치권에서는 당 4역(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조문에 나섰다.
오후 6시 10분께 빈소에 도착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조문객을 맞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진우 법률비서관, 전희경 정무1비서관 등이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필두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등이 조의를 표했다. 한 총리는 조문을 마치고 "조문만 했고 (윤 대통령과) 특별한 대화를 나눈 건 없었다. 여러 조문객과 같이 있었다"며 짧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오후 6시께 빈소에 도착한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이 고인을 애도했다.
윤 원내대표는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공식적으로 문상을 했고, 대통령과 대화도 나눴다"며 자리를 떠났다. 국민의힘 이용·양금희·윤두현·장제원·최재형 의원 등도 개별적으로 조문했다.
전직 대통령도 고인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직접 조문했고,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다.
그 밖에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오세훈 서울시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재해 감사원장과 일부 종교계 인사들도 고인을 조문했다. 반 전 총장은 조문을 마치고 "윤 교수께서 아주 대단히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하늘에서 (윤 대통령을) 지켜볼 것"이라며 "윤 교수께서 평소 윤 대통령을 뒤에서 많이 지도하셨는데, 아주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소천하시지 않았을까 생각해 이렇게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오후 8시 50분께 빈소를 찾았다.
시민들은 평소보다 혼잡하고 떠들석한 장례식장 분위기에 생경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윤 대통령의 조속한 복귀를 기대했다. 병원복을 입은 50대 남성은 "TV에서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대통령의 국정에 지장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식장 근처에서 서성이던 시민은 "대통령이 참담한 마음을 빨리 추스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인의 장례식은 이날부터 사흘 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윤 대통령은 고인의 장례 절차를 마치고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 차 17일 미국으로 향할 계획이다. 당초 예정됐던 출국 시간은 다소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 공백이 없도록 가족장으로 치르지만 장례 절차상 한미일 정상회의 출발 시간은 조금 조정될 수 있다. 아주 날짜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 교수는 이날 향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최근 노환으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공주 출신인 윤 교수는 공주농업고등학교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7년에는 일본 문부성 국비 장학생 1호로 선발돼 일본 히토쓰바시대 대학원에서 유학했다. 이후 1968년부터 1997년까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를 지냈다. 한국통계학회장, 한국경제학회장 등도 역임했다. 경제학 분야에 기여한 공로로 2001년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이 됐다.
현직 대통령의 재임 중 부모상은 두 번째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가 2019년 10월 29일 별세했다. 현직 대통령의 부친상으로 한정하면 첫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