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리스크 경고음 계속…자금경색·신용위험 부각 우려
국내 증시가 ‘샌드위치 위기’에 갇혔다. 중국발 부동산 리스크와 미국 은행 리스크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코스피지수는 보름새 100포인트 이상 빠졌다. 한국경제와 가장 밀접한 두 나라의 경제 리스크는 국내 외국인 수급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8월 1일 고점(2668.21) 대비 142.57포인트 하락했다. 8월 들어 상승 마감한 날은 11거래일 중 1일과 9일 단 2번에 불과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던 외국인은 6월부터 순매도로 돌아서며 1조716억 원을 팔아치웠다. 이어 7월에는 -1조9745억 원으로 순매도 규모를 키웠다. 8월 들어서만 3089억 원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3개월 연속 외국인 순매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리스크는 어떤 형태로든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센터는 향후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시나리오로 △역내, 역외 채무 이행에 모두 실패하는 등 완전한 디폴트 선언 △역내 부채 상환을 우선시해 역외 부채에 한해서 디폴트 선언 △유예기간 내 이자를 지급해 채무 이행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현재 마지막 시나리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채무 이행 이외에도 만기가 도래할 채권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향후 채무 이행을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구이위안의 만기 도래 채권은 올해 13억 달러(약 1조7400억 원), 내년 23억 달러(약 3조800억 원), 2026년 46억 달러(약 6조1600억 원) 등 대다수 채권 만기가 2027년 전에 도래한다. 비구이위안이 올해 지급해야 하는 이자만 약 2억7000 달러(약 2700억 원)에 달한다.
박승민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정부의 지원책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비구이위안은 부실채권 교환 방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기 리스크는 고스란히 국내 수출로 전염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기준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25.9% 하락하며 전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에 큰 영향을 주는 반도체 수출 역시 감소폭은 줄었지만, 전년 동기 -18.1%의 부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태·금종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7월 들어 부진이 심화됐으며, 단기간 내 반등할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한다”며 “특히,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부진은 심각한 공급과잉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고, 가계자산의 70%가 부동산 관련 자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에도 부정적일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미국 은행리스크도 계속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내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를 비롯한 수십개 미국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피치는 은행산업 전반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계단 낮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무디스도 미국 27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무디스는 10개 중소은행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트루이스트, US뱅크 등 대형 은행 17곳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예고했다.
국제금융센터는 8월 글로벌 리스크 주요 리스크에 ‘중국 내수위축’과 ‘미국 신용등급 강등 파장’을 새로운 리스크 항목으로 신규 편입했다. 앞서 글로벌 주요 리스크로는 △고(高)인플레이션 재연 △통화긴축 강화 △신용위험 △경기침체 △자산가격 조정 등이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기업·은행의 등급이 하향될 경우 자금경색과 신용위험 부각 소지가 있다”면서 “중국의 내수 둔화는 수입수요를 약화시켜 밸류체인에 있는 아시아권 대부분과 유럽 주요국 등지에서 수출 및 제조업 생산 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 은행 신용등급 강등 우려는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 코스피는 2600을 밑돌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진입한 바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강세와 함께 상승세로 전환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