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한의사 ‘뇌파계 진단기기’ 사용 가능”…뿔난 의사단체

입력 2023-08-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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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정의롭고 당연한 판결” vs 의협 “국민 건강·생명 외면한 불합리한 판결”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외 의사 1만200명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사건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인 뇌파계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불법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외면한 불합리한 판결이라며 단단히 화가 난 상태다.

대법원 1부는 18일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한의사 면허 자격 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0년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서초구 한의원에서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복지부로부터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고,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뇌파계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사용한 것을 ‘면허 외 의료행위’로 봤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뇌파계 사용에 특별한 임상 경력이 요구되지 않고 위험도가 크지 않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의사가 뇌파계를 파킨슨병, 치매 진단에 사용한 행위를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는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행 의료법이 의료와 한방의료를 이원화해 규정하고 있음에도 대법원이 이와 같은 의료법 규정에 반해 한의사가 의과의료기기인 뇌파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에 참으로 경악과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해 국민과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협은 “각 의료직역의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의 경계를 파괴해버리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것은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며 장차 보건의료에 심각한 위해로 돌아올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검사 자체에 위해성이 크지 않으니 해도 된다는 판단은 문제가 있다”며 “현대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신뢰성이 높은 치료인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킬 수 있다. 뇌파계로 파킨슨병을 완전히 진단할 수도 없을뿐더러 한방에서 치료도 불가능하다. 이번 판결이 개인의 건강을 해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어떻게 책임지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의계는 정의롭고 당연한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됐다”며 “한의사가 현대 진단기기인 뇌파계를 활용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밝혀준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초음파와 뇌파계 등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사법부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정부는 이 같은 사법부의 준엄한 판결에 따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규제를 철폐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 국민의 진료선택권을 보장하고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의협은 앞서 지난달 31일 이필수 회장 등 의사 1만200명 명의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한의사에 대한 진단기기 허용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선 바 있다. 초음파 진단기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B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이달 24일 열릴 예정이라 의사단체와 한의사단체 간 대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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