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신규 가입자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올해 1~3월 청약 통장 신규 가입자가 늘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전국에서 아파트 분양가격이 급상승하고, 수도권에선 고(高)가점자 위주의 당첨이 이어지자 신규 가입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청약통장 금리를 인상하고 혜택 확대에 나섰지만, 청약통장 신규 가입자 감소와 해지 행렬을 막기엔 역부족일 전망이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청약저축 가입 6개월 미만 가입자는 148만1950명이다. 6월 말 150만1649명과 비교하면 1만9699명 줄어든 규모다. 지난달 기준 수도권은 75만6452명으로 6월(75만9732명)보다 3280명 감소했다.
신규 가입자 감소와 함께 전체 청약저축 가입자 수도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총 2583만7293명으로 6월 기준 2588만2064명보다 4만4771명 줄었다.
이는 올해 초와 정반대 상황이다. 올해 1~3월은 청약통장 신규가입자가 매달 늘어 3월 기준 155만7833명까지 불어났다. 3월과 지난달 청약통장 가입 6개월 미만 계좌 수를 단순 비교하면 4개월 만에 7만 명 이상 줄어든 셈이다.
지난 1월에는 전국 기준 153만6708명(수도권 76만2453명), 2월 154만7172명(76만8692명)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3월을 정점으로 4월 152만9357명(76만7658명), 5월 149만5112명(75만4915명) 등으로 줄곧 감소했다.
신규 청약저축 가입자는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2030세대가 많다. 올해 초 신규 청약통장 가입자가 늘어난 것 역시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청약 추첨제 물량을 확대하고, 중도금 대출 상한 규제 등을 해제한 영향이었다.
하지만 최근 전국적인 분양가 상승과 함께 수도권에선 고가점자 위주의 당첨이 이어지고, 여기에 청약저축의 저금리 기조까지 지속되자 신규 가입자는 계속 줄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492만7000원(3.3㎡당 1625만9100원)이다. 지난해 7월(440만4000원)과 비교해 11.9% 오른 것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청약통장 해지를 고민하는 내용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가입자는 “소득 기준도 안 되고, 유주택자라 청약통장 납입의 소득공제 혜택도 없다”며 “차라리 해지하고 무순위 청약이나 추첨제 물량 노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민간 분양 물량을 노리는 청약자 중 추첨제를 노리는 경우 통장을 굳이 오래 보유하지 않더라도 재가입 이후 2년만 유지하면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월 납입회수를 보는 공공분양과 달리 청약에 불리함 없는 만큼 가입 해지 부담도 덜한 셈이다.
여기에 청약통장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것도 신규 가입을 꺼리게 한다. 이날 기준 시중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5% 안팎이다. 우대금리를 받으면 4%도 가능하다. 하지만 청약저축 금리는 연 2.8%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지난 17일 0.7%포인트(p) 인상된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금리 인상과 함께 청약저축 가입 기간 점수 산정 때 배우자 통장 보유 기간의 2분의 1을 합산해서 인정(최대 3점 인상 가능)하기로 했다. 미성년자 납입 인정 기간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등 청약저축 혜택 강화에 나섰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방은 인구 감소와 집값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어서 지방을 중심으로 청약통장 신규 가입자 감소와 해지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청약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가입자 수가) 반전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