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정상들, ‘회원국 확대’ 놓고 분열…룰라 vs. 시진핑 ‘대립각’

입력 2023-08-23 15:48수정 2023-08-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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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중·러 ‘反서방 연대’ 거리두기
“브릭스, G7 대항마 아냐”
시진핑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개막식 돌연 불참
회원국 파열음 '불만 표시'라는 해석도
탈달러도 주요 의제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EPA연합뉴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가 22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샌튼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4년 만에 열린 대면 정상회의였지만 회원국 정상들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 엇박자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개최된 비즈니스 포럼에는 의장국인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대신 보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화상 연설을 했다. 정상회의 개최 전날 도착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돌연 포럼에 불참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회의 첫날 브릭스 정상들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회원국 확대 문제를 놓고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포럼 연설에서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한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관계를 회복했다”면서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는 “브릭스는 주요 7개국(G7)이나 주요 20개국(G20)의 대항마가 아니다”라며 “미국과의 경쟁체제를 구축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실상 브릭스를 중심으로 반(反)서방 연대를 구축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에 거리를 둔 것이다.

중국 주도의 성급한 외연 확장을 경계해왔던 모디 총리는 “브릭스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의 관심 사안을 토론하고 숙의하는 플랫폼이 됐다”고만 언급했다. 화상 녹화 연설로 참여한 푸틴 대통령은 “자국 곡물과 비료에 대한 수출 제재로 국제 식량 안보가 위태로워졌다”며 서방의 제재를 비난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

시 주석은 이날 왕원타오 상무부장이 대독한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더욱 강력한 브릭스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회원국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회원국 확대 의지를 보였다. 이번 정상회의 의장국인 남아공의 라마포사 대통령도 브릭스 회원국 확대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직접 연설을 하지 않은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앞서 시 주석은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불참 이유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이 없자 일각에서는 회원국 내 파열음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해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부 전문가들이 “뭔가 잘못됐다”며 놀라움과 궁금증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시 주석은 이날 비즈니스 포럼 폐막식에는 참여해 공동 발전과 번영을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탈(脫)달러도 주요 의제다. 푸틴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국제 결제의 탈달러는 뒤로 돌아가지 않는 프로세스”라고 주장했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중국은 미국 달러화의 비중을 낮추고 위안화 등 각국 통화의 사용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브릭스 정상들은 23일 전체 회의 후 결과문서인 ‘이골리 선언문(eGoli Declaration)’을 채택할 예정이다.

한편, 정책적 공동 어젠다가 없다면 브릭스가 외연을 확장한다 해도 큰 영향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 등 20개국 이상이 브릭스 참여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브릭스 창시자’로 불리는 영국 경제학자 짐 오닐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브릭스의 참가국이 늘어나면 국제사회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공동으로 달성하려는 정책이 없으면 확대의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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