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그룹 신용도가 줄줄이 하락했던 롯데 그룹의 올해 추가적인 통합신용도 변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룹 내 중요도가 큰 롯데케미칼의 실적 회복이 다소 지연되고 있음에도, 주력 계열사들의 안정적 실적이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을 덜어주면서다.
29일 한국기업평가(KR)는 '2023 KR 그룹 분석 웹세미나'를 열고 롯데 그룹에 대해 "단기간 내에 롯데건설의 재무부담이 타 계열사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롯데그룹의 계열 통합 신용도는 롯데 케미칼, 롯데 쇼핑, 호텔 롯데, 롯데 웰푸드, 롯데 칠성 음료의 자체 신용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룹 내 시장의 우려가 집중된 롯데건설의 상반기 실적은 자체 사업을 포함한 건축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해외 플랜트 매출이 전년 대비 11% 대폭 성장한 3조671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원가 부담이 확대돼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7.9%) 대비 반 토막 수준인 3.615에 그쳤다.
올해 들어 회사채 시장 경색이 다소 완화되면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증권의 차환도 재개했다. 롯데건설의 1분기 PF유동화증권 잔액은 작년 대비 1조 원 이상 감소했고, PF 우발채무도 같은 기간 약 4000억 원 축소했다. 또한, PF우발 채무의 상당 부분을 메리츠금융그룹과 조성한 펀드에 편입시키면서 차환 우려를 완화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 고금리 지속 등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고려하면 미착공 사업장의 착공 전환과 분양 성과는 향후에도 롯데 그룹의 향방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기업본부평가2실장은 "부동산 경기 예측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에서, 착공 전환 및 기성에 따른 대금 회수 여부의 불확실성이 다소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단기적으로 주력 계열사의 신용 변동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지난 6월 한국기업평가는 롯데그룹의 6개 계열사인 롯데케미칼(AA+→AA), 롯데물산(AA-→A+), 롯데지주(AA→AA-), 롯데캐피탈(AA-→A+), 롯데렌탈(AA-→A+), 롯데오토리스(A→A-)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영업 실적 악화와 투자 부담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 제한적인 실적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다.
롯데케미칼은 하반기 업황 반등에도, 중국 경제의 저성장 진입 전망이 개선 폭을 제한하면서 호황기 수준의 실적 회복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국내외 신증설 투자와 이차전지 소재 관련 투자 부담도 재무구조 개선 여력을 제약할 것으로 봤다.
반면, 롯데 웰푸드와 롯데칠성 음료는 주력 제품의 시장 지위와 단가 인상 등을 토대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쇼핑의 경우 소비심리 위축으로 백화점 실적은 다소 약화하나, 이커머스 실적 개선이 이를 상쇄하면서 일정 수준의 매출액과 영업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호텔 롯데의 영업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높게 점쳤다.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에도 불구하고, 항공편 정상화에 따른 개별 관광객 증가와 중국의 단체 관광 허용 등에 힘입어 매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롯데 그룹 내 '부정적' 등급 전망을 부여한 롯데하이마트, 코리아세븐에 대해서는 중단기 내에 외형 회복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롯데하이마트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대형 가전제품 수요가 위축됐고, 삼성, LG의 오프라인 매장 강화로 이익 창출력이 저하했다. 또한, 프리미엄 제품은 백화점에서, 가성비는 이커머스 채널로 양극화하는 최근 소비자 흐름도 부정적이다.
코리아세븐은 편의점 업종이 대체로 안정적 실적을 시현하고 있지만, 유상증자와 저조한 영업수익성으로 재무안정성이 악화했다. 최 실장은 "매입 경쟁력 강화, 물류 비용 절감 등 미니스톱 인수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는 사업 통합이 완료돼야 한다"며 "미니스톱 연결 편입으로 높은 브랜드 사용료 등에 따라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롯데그룹은 상반기 중 등급 조정을 완료한 점, 다각화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와 보유 자산을 활용한 재무적 융통성 등을 감안해 당사는 중기적인 관점에서 신용도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