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영업익 1년 새 88억 원 감소…당기순이익까지 모두 내리막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취임 이후 B2C(Business to Customer) 사업을 강화하며 체질개선에 나선 지 3년이 됐지만 시장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노브랜드버거 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늘렸으나 영업이익은 제자리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미래신사업으로 주목하는 '대안육'으로 미국에도 진출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푸드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8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3%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61억 원으로 14.7% 줄었다.
신세계푸드는 2020년 10월 김운아‧성열기 각자 대표 체제에서 송현석 단일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급식사업‧식자재유통 등의 기존 B2B(Business-to-Business) 사업에 한계를 느껴 B2C로 영역을 확대해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송 대표는 맥도날드 마케팅팀장‧피자헛코리아 마케팅 총괄 이사‧오비맥주 마케팅 총괄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신세계그룹은 B2C 경쟁력 강화 등 신세계푸드의 체질 개선을 위해 외식 마케팅 전문가인 송 대표를 외부에서 전격 영입한 것이다.
하지만 CEO로서 송 대표의 3년 간 성적표는 겨우 낙제점을 면한 상태다. 2021년 293억 원이었던 신세계푸드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05억 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손익도 2021년 24억 원에서 -5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올해 2분기 실적도 지난해 보다 악화했다.
업계에서는 송 대표가 ‘선택과 집중’을 하기보다 새 가맹점 사업과 브랜드를 산발적으로 선보인 것이 악수(惡手)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노브랜드버거’다. 2019년 홍대 1호점 개점 이후 가맹점(프랜차이즈) 사업까지 벌이며 점포를 확대했지만 자산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푸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노브랜드버거 등 외식사업부문 손상차손은 131억3932만 원으로 인식됐다. 2021년 외식사업부문 손상차손 인식액(87억9599만 원) 보다 49% 증가한 것이다.
점포 증가세도 더디다. 2020년 68개였던 노브랜드버거 매장은 2021년 169개로 두 배 이상 늘었지만, 2022년 201개에서 올해 8월 현재 230개로 1년새 겨우 29개 개점하며 확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엔데믹으로 국내 햄버거 시장 전체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엔 혼밥 문화와 재택 등에 따른 배달수요 덕에 햄버거 시장은 중흥기였다. 맥도날드는 업계 최초로 1조원 매출을 달성했고 KFC도 영업흑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햄버거 빅4사’ 중 새 주인을 찾은 곳은 KFC뿐이며 그마저도 몸값을 낮춰 매각됐다. 시장 전반에 부정적 기운이 드리운 만큼 노브랜드버거도 성장 정체를 피해가기 힘들어보인다.
햄버거 시장이 저가에서 프리미엄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본부장이 직접 들여온 ‘파이브가이즈 버거’와 SPC그룹의 ‘쉐이크쉑’, bhc그룹의 ‘슈퍼두퍼’ 등의 고급화 전략으로 인해 ‘가성비’를 앞세운 노브랜드버거의 설 자리는 불안하기만 하다.
송 대표가 새 외식사업으로 추진 중인 ‘노브랜드피자’의 성적은 더 초라하다. 작년 3월, 1호점이 문을 열었지만 올해 8월 현재 전국 매장은 5개에 불과하다. 5개 매장 역시 대치‧역삼‧서울대입구‧테스트키친‧미아 등 서울에만 쏠려 있다.
특히 정용진 부회장이 미래 신사업으로 점찍은 ‘대체육’ 사업의 부진도 신세계푸드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송 대표는 2021년 7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베러미트(Better Meat)’ 출시를 알렸다. 베러미트는 동물성 지방과 발색제 대신 대두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활용해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베러미트의 매출 비중은 전체 실적에서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다”며 “제품 자체 판매보다는 소재로서 메뉴에 접목해 외식‧급식 등에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B2B 사업으로 선보이고 있어 파이가 적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신세푸드는 가장 대표적인 B2C 사업인 노브랜드버거에 베러미트를 직접 접목해 선보였다. 대표적인 것인 ‘베러버거’인데, 인기가 없어 출시 한 달 만에 메뉴판에서 내렸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베러버거는 한정 메뉴였고 하반기에는 또 다른 신메뉴를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상 한정메뉴는 시장 반응을 검증 후 정식메뉴화 하는데 자진철수는 그만큼 인기가 없다는 방증이다. 송 대표는 베러미트의 미국 진출을 위해 자회사 ‘베러푸즈’도 선보였지만, 출범 1년이 지났음에도 현지에서 베러미트 신규 매장이나 신제품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에 대해 신세계푸드 측은 “베러푸즈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인 대체육 사업 강화와 베러미트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을 내놨다.
업계는 이제라도 신세계푸드가 자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푸드가 내놓는 브랜드는 많지만 확실한 매력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노브랜드버거도 공격적인 출점보다 대표 메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