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몰아치는 플라스마가 팽창하며 발 구르는 소리가 강박적으로 커진다. 그 소리는 점점 빨라지고… 한 얼굴이 나타난다. 수척하고 긴장된 얼굴. 눈을 꽉 감고 있다. 그 얼굴이 소스라치면서 눈을 뜨자 소리가 멈춘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의 눈.” 절찬 상영 중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를 즐겁게 본 관객이라면, 영화의 첫 장면을 묘사하는 각본집의 한 대목만으로도 주인공 역을 소화한 킬리언 머피의 눈동자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Close in on, EXT(Exterior), INSERT CUT 등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 당시 직접 기입한 표기가 고스란히 책에 담겼다. ‘매트릭스’, ‘해리포터’, ‘토이 스토리’ 등의 외화를 주로 번역한 김은주가 우리 말로 옮겼다.
‘기상이변이 심해 작물 수확량이 줄었다’는 기사를 읽었다면, 곡물값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이때 차별화된 투자자는 인플레이션이 심한 나라가 가치 보존 수단으로 금을 활용한다는 사실까지 알고, 줄어든 곡물 수확량이 금값까지 자극할 수 있음을 인지한다. 신간 ‘1%를 읽는 힘’은 요동치는 시장에서 투자의 지표를 무엇으로 삼을지, 시장을 보는 눈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전문가의 조언을 무분별하게 따르는 투자법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금융사 4곳 임원으로 누적 30조 원 이상의 국내외 투자, 융자를 승인한 경험을 토대로 블로그에 경제 글을 쓰면서 1년 만에 10만 명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필명 메르의 글을 정리했다.
어린 말을 경주마로 만드는 마필관리사는 말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체형과 걸음걸이를 바꿨다.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한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는 질병을 얻었고, 다른 창작자들의 건강과 권리에 대해 고민하는 전시기획자가 됐다. 한 분야의 베테랑이 될 때까지 일을 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 몸에 따르는 변화까지 받아들인다는 걸 의미한다. 신간 ‘베테랑의 몸’은 나이도, 성별도, 분야도 다르지만 그 분야의 베테랑이라는 자부심만큼은 분명한 12명의 삶과 몸의 연관관계를 들여다본다.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등을 쓴 희정 작가가 집필하고 약 10년간 프레시안 기자로 활동한 최형락 사진작가가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