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재택근무’를 9월부터 완전히 폐지한다.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자연스런 방침이라지만, 업무강도를 높이려는 조치로 해석돼 임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재택근무는 MZ세대가 꼽는 최고의 사내 복지로 인식돼 있어, 무신사가 이날부터 시작한 하반기 우수 인재 영입이 신통치 않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영준 무신사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최근 직원들과의 타운홀미팅에서 앞으로 재택근무를 없애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6월 부임한 최 CFO는 무신사 직전에 SSG닷컴 CSO(최고전략책임자)를 맡았다. 삼일회계법인, 베인앤컴퍼니 등을 거쳐 티몬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CFO를 맡은 이력도 있다.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무신사 안팎에서는 재택근무 폐지설이 제기됐지만, 경영 수뇌부가 임직원들에게 이런 방침을 공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5월부터 주 2회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부서별 상황에 맞춰 출근과 재택 일정을 조정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4시간 근무 후 퇴근하는 ‘얼리 프라이데이(Early Friday)’ 제도도 운영해왔다. 이 덕분에 구직자들과 임직원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주요 이커머스에 재직하던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같은 연봉이면 무조건 무신사로 입사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재택근무 완전폐지 소식이 알려지자, 내부에선 강하게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무신사에 재직 중인 개발자 유모(32)씨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회사와 집을 오고가는 시간이 불필요하다고 느끼고 업무효율도 오르지 않는다”면서 “지난해 코로나19가 한풀 꺾일 당시에 시작한 재택근무인데, 엔데믹이 됐다고 해서 재택을 없애는 것도 이상하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무신사가 재택근무를 없애는 배경에는 최 CFO가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을 최소화 해 업무강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무신사는 해외 유명펀드에서 2000억 원 이상의 신규 자금을 투자받았다. 대규모 투자 유치로 자금 실탄을 확보한 무신사는 경제 불황에도 영업(MD), 테크(TECH) 등의 우수 인재를 더욱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역발상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내 분위기는 냉랭하다. 재택근무 폐지가 기정사실화할 경우, 우수 인재 영입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무신사의 또 다른 임직원 최모(29)씨는 “우수 인재 영입을 할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워라밸인데, 재택근무 폐지는 워라밸 역행”이라며 “CFO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보다 사내 복지에 신경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무신사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근무방식 변화는 임직원이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방향을 목표로 한 것으로 재택근무 완전폐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팀별·직무별 업무 환경이나 임직원의 상황에 맞춰 재택근무는 탄력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