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직접 넣는 조리법 덕분에 '촉촉ㆍ쫀득'
쌀밥과는 다른 식감ㆍ즉석밥 특유 향 아쉬워
지난달 31일 출출한 저녁, 농심켈로그가 최근 출시한 '통귀리밥'을 열었더니 납작한 시리얼 모양의 내용물이 눈에 들어왔다. 익히지 않은 한 알을 집어먹으니 겉은 다소 딱딱했지만 속은 푹신한 게 느껴졌다.
'이 조각들이 밥이 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품고 사용설명서를 읽어봤다. 실온의 물 90㎖(50g 기준)를 넣고 섞어준 후 1분을 기다린다. 이후 전자레인지(700W 기준)에 넣고 2분만 돌리면 완성할 수 있다.
간편한 조리법처럼 제품을 꺼내 완성하기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완성된 밥을 보니 우려와는 달리 제법 밥처럼 보였다.
숟가락으로 퍼 한입 먹었더니 시중에 파는 즉석밥과는 약간 느낌이 달랐다. 고슬고슬한 느낌보다는 최근 다이어터들이 찾는 오트밀 죽에 더 가까웠다. 주 원재료로 롤드오트(납작귀리)가 쓰였기 때문에 오트밀 죽 느낌이 나는 듯 했다.
맛은 고소했다. 귀리 특유의 투박한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먹기 좋은 맛이었다. 기존 즉석밥들과 달리 물을 소비자가 직접 넣기 때문에 식감은 촉촉하고 쫀득했다. 실제 농심켈로그는 두 종류의 귀리를 배합하고,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제품을 제조해 찰진 식감을 구현했다.
무엇보다 귀리밥이나 현미밥을 먹기 위해 오랜 시간 불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다만 즉석밥 특유의 향이 남아있는 점은 아쉬웠다. 진밥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물의 양이나 전자레인지 조리 시간을 조절할 필요도 있어 보였다.
다이어트 식품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1인분(50g)에 물 90㎖를 넣으면 200g 정도가 돼 시중에서 판매하는 210g짜리 즉석밥과 무게가 비슷해졌다. 칼로리는 통귀리밥이 훨씬 가벼웠다. 200g짜리 즉석밥이 보통 300칼로리(kcal) 안팎인 데 반해 켈로그 통귀리밥은 185kcal이었다.
다이어트를 위한 영양소도 함께 섭취할 수 있다. 50g 기준 식이섬유가 하루권장량의 20%(5g)가량 들어있는데, 이는 바나나 2.5개를 먹어야 섭취할 수 있는 양이다. 단백질 또한 삶은달걀 1개 분량인 6.5g을 포함하고 있다. 이 밖에 칼슘, 철분, 마그네슘, 인, 칼륨도 들었다.
'다이어트의 적'으로 통하는 탄수화물은 하루권장량의 10%, 나트륨은 1% 수준이었다.
켈로그의 통귀리밥이 쌀밥을 좋아하는 소비자의 입맛까지 사로잡기는 다소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기존 즉석밥과는 식감이 달라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쌀밥을 대신할 다이어트 식품을 찾는 이에게는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켈로그가 117년간 시리얼 시장에서 쌓아온 곡물 가공 기술과 영양 설계 역량을 집약한 만큼 간편함과 건강함은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리얼 브랜드가 국내 즉석밥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도 의미 있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