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는 미 SEC가 가상자산 관련 재판에서 줄줄이 불리한 판결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비트코인 가격은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SEC의 패소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가상자산업계 간 소송에서 업계에 우호적인 판결이 나오고 있음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2만6000달러 안팎에서 머물고 있다.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 기준 이날 오전 10시 비트코인 가격은 2만5885달러다.
최근 들어 미 SEC는 가상자산 관련 재판에서 연이어 패소하고 있다. SEC는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주장하며 제재 수위를 높이려는 취지로 여러 기업을 기소했는데, 재판부가 업계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7월 13일(현지시각) 약 3년간 이어진 리플랩스와의 소송에서 부분 패소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스캠 토큰 판매에 대한 책임을 판매가 이뤄진 디파이(탈중앙화금융) 플랫폼 ‘유니스왑’에 묻는 소송에서도 패했다. 마빈 아모리 유니스왑 법률 책임자는 이를 두고 소셜플랫폼 X(구 트위터)에 “크립토 세계와 개발자들의 또 하나의 큰 승리”라고 평가하며 “최근 법원의 판결 추세는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각)에는 지난해 6월 그레이스케일이 SEC가 GBTC(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의 현물 ETF 전환을 거부한 것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도 패했다.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SEC가 그레이스케일의 현물 ETF 상장 신청을 거부하면서 제시한 기준이 선물 ETF를 승인하면서 제시한 기준과 다르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EC는 현물 ETF는 가격 조작 가능성 등 투자자 보호 조치가 미비하다는 점을 들어 선물 ETF만을 승인한 바 있는데, 이 점이 SEC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레이스케일에 대한 판결이 나온 뒤 블룸버그의 ETF 전문 애널리스트인 에릭 발추나스는 자신의 X를 통해 “올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될 확률을 75%, 2024년 말 확률은 95%로 상향했다”면서, “법적 손실과 이미지 훼손 등이 겹쳐, SEC가 (현물 ETF 승인을) 거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은 그레이스케일의 승소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30일 새벽 한때 7% 이상 상승하며 2만8000달러를 회복했지만, 반등을 이어 나가지 못하고 현재는 다시 2만5000달러 대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이는 SEC의 연이은 패소가 대형 호재인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그레이스케일 판결은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와 선물 ETF를 구분하는 논리가 불충분함을 확인한 것이어서 향후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것이 (현물 ETF) 승인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EC는 그레이스케일 등 소송에서 패소와 관계없이 여전히 ETF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날 SEC는 블랙록 등 7개 자산운용사들이 신청한 현물 ETF 신청에 대한 결정을 10월 중순으로 연기했다. 앞서 지난달 11일에는 아크인베스트먼트가 올해 5월에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승인 여부 결정 기한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 기한은 신청 후 최대 240일까지 늘어날 수 있어, 신청된 현물 ETF의 승인 여부는 늦으면 내년 3월에야 결론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편 정 센터장은 최근 시장 흐름에 대해 “단기적인 가격 움직임은 펀더멘털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면서 “(향후) 연준 통화 정책, 세계 주요 국가의 가상자산 수용 움직임(Adoption trend)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너무 단기성 가격 움직임에서 의미심장한 인사이트를 읽어내려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