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제조업 빈자리 금융이 메울 때다

입력 2023-09-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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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세계경제와 딴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2142달러로 전년 대비 8.2% 감소했다. 주요국 중 세 번째로 많이 줄었다.

올해 1, 2분기 성장률도 0%대에 그쳤다. 연간 전망치도 1.4%(한국은행·국제통화기금(IMF))로 잠재성장률 2%를 밑돌고 세계 경제성장률(IMF 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성장은 외환·금융위기 때를 빼곤 전례가 없다. 세계 경제의 호조에도 한국은 나 홀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는 지나친 걱정이라고 얘기한다. 맞다.

한국은 다른 신흥국가에 비해 외환보유액(4218억 달러)이 충분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 같은 상황은 절대 맞닥뜨리지 않을 것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월 말 기준 40.8%로 조금 늘었지만, 순대외채권 규모가 3562억 달러나 된다. 여러모로 외환위기 때와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작금의 경제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세계적인 저성장 추세 속에서 1분기 3907개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0.4%에 그쳤다. 전 분기(6.9%)보다 증가폭이 줄어들었다. 제조업의 매출 하락이 두드러졌다. 8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8.4%줄었다.글로벌 무대에서는 가격경쟁력도, 기술경쟁력도 떨어지는 ‘샌드백 신세’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실물경제도 걱정이지만, 금융시장도 만만치 않다. 외환보유액과 같은 단기적 차원의 방어 준비는 돼 있지만, 미국의 긴축정책이 끝난 후 펼쳐질 글로벌 금융시장의 구조적 개편에 대한 대비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안화의 위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위안화를 찾는 국가가 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에 맞서 위안화를 중심으로 한 ‘탈달러’ 행렬을 주도한다. 중동과 남미 국가들도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이 미국 달러의 지배력에 대한 위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JP모건의 얀 로이스와 조이스 장 등 전략가들은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세계적으로 분열이 심화하면 무역과 금융의 탈 글로벌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특히 금융에서는 탈달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페트로 위안’ 시대는 멀었지만, 우리 금융시스템도 변화에는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72%다. 역대 최고치다. 외화자산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페트로 달러의 운명은 우리에게도 절대적이다.

실물 금융시장도 취약한 모습을 자주 드러낸다. 자난 3월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 오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하자 세계 금융권이 출렁였다. 우리 금융시장은 출렁임이 더 컸다.

새로운 공포도 우리 금융시장을 노리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 오피스 빌딩들이 뇌관이다. 3년 넘게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확산된 재택근무, 기업들의 구조조정 영향으로 상업용 빌딩 공실률이 높아지고, 자산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이런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대출해준 금융회사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경우 금융 시스템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우리 금융 경쟁력은 여전히 바닥권이다. 지난해 23위였던 금융 부문 순위는 올해 36위(64개 국 중)로 하락했다. 지난해 국내 주가도 25%(코스피 기준) 떨어지며 주요국보다 더 큰 변동 폭을 보였다.

최근 글로벌 경제의 침체 국면이 오래 지속하다 보니 국가마다 재정적자가 쌓이고 있고, 부실한 기업에 부실한 금융회사가 속출하고 있다. 지금껏 한국경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교역을 통해 지금의 국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갈수록 제조업의 빈자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는 금융이 그 빈자리를 메울때다.미국 중심의 글로벌 금융시장의 질서가 흔들리는 지금이 한국경제에는 큰 위험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와 중국 등 아시아지역과의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지렛대로 금융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짊어질 첨병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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