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응급실 뺑뺑이’ 재발 막으려면

입력 2023-09-0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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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경북대병원 교수·순환기내과 (대구경북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혈관센터장)

▲이장훈 경북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대구경북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혈관센터장).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정부는 ‘24시간 365일 전문의 진료’를 목표로 2008년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이하 권역심뇌센터) 사업을 시작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경북대병원은 대구경북 권역심뇌센터로 지정돼 2009년 총 사업비 218억5000여만 원으로 개소했다. 권역심뇌센터는 심혈관센터와 뇌혈관센터, 심뇌재활센터 및 예방관리센터로 나뉘어 운영됐다.

심혈관센터는 중환자 치료를 위한 의료장비를 갖춘 심혈관질환 집중치료실을 단독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어 중증 심혈관질환 치료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심근경색 환자의 초기 응급진료체계의 구축부터 심장재활 및 예방에 대한 대국민 교육·홍보에 이르기까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심뇌종합계획’ 기대 크지만 난관도 많아

제2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이하 심뇌종합계획)은 ‘24시간 어디서나 심뇌혈관질환 걱정 없는 건강한 일상’이란 비전하에 사망률 감소 및 의료 기관·인력 간 네트워크 구축, 만성질환 예방대책 수립, 지표개발 및 모니터링 체계 확보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1차 계획이 예방, 치료, 재활을 아우르는 전주기적 계획을 강조했다면 2차 계획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중증, 응급 치료에 집중했다는 부분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아울러 ‘응급실 뺑뺑이’로 대변되는 환자 이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뇌혈관질환 발생 시 환자·가족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경로를 안내하고, 의료 기관·인력 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응급 전원 협진망을 도입한 부분에서 심도 있는 정부의 고민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번 2차 계획을 둘러싼 사회 분위기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 대형병원 간호사의 뇌출혈 사망사건 등을 계기로 필수의료대책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음을 감안할 때 이번 계획은 그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계획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

첫째, 구체적인 달성목표다. 가령 예방가능사망률이나 회피가능사망률을 비롯해 응급실 뺑뺑이, 재전원율 등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에 대한 수치 등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 둘째, 필수인력 확보 방안이다. 필수인력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휴일·휴식 없는 연속 근무, 과중한 업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 위험도에 비해 낮은 보상, 정식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안한 지위, 법적 리스크에 대한 부담감 등이 꼽힌다. 셋째, 지역불균형을 극복할 수 있는 자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최종치료를 제공하는 의료진을 위해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과감한 투자와 강한 추진력 뒤따라야

넷째, 정책 수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재정계획이다. 아무리 원칙과 목표, 실천 의지가 분명하더라도 재정계획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한계는 자명하다. 다섯째, 거버넌스 문제다. 정부의 구상대로 중앙-권역-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로 이어지는 연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보다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또한, 현재 응급의료전달체계에 관여하는 응급의료과와 같은 정부부서나 의료진 간에도 원활한 소통을 위한 협력망이 필요하다.

문제 속에 답이 있다. 2차 종합계획은 시대 요구에 잘 부응하도록 주요과제가 구성됐다. 하지만, 부족한 인력, 자원 및 재원을 극복하고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위해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과감한 투자, 강한 추진력이 뒤따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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