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에 대한 낙관론과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전세시장은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부동산 전문가 대부분은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에는 전문가 모두 상승을 점쳤다.
5일 본지가 부동산 시장 전문가 6인을 대상으로 하반기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전세시장 전망을 물은 결과 5명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나머지 한 명은 보합을 예상했다.
다만 서울만 따로 떼놓고 보면 6명 모두 아파트 전셋값이 하반기에도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로 접어들면서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전세가격은 매매가격과 연동된다”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에 걸쳐 서울 등 주요 지역 매매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전셋값도 함께 오르고 있다”고 했다.
전세사기·역전세난의 온상이 된 빌라(연립·다세대)에 대한 두려움도 아파트 전세 선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빌라왕, 건축왕 사건으로 빌라에서의 위험한 전세살이를 피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 전세 선호 수요가 늘고 있다”며 “집값 상승에 대한 확신이 아직은 없어 매수보다는 전세를 택하는 수요도 늘면서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4%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6월 26일(0.02%) 상승 반전한 뒤 10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에는 5월 22일(0.01%) 오름세로 전환한 이래 15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강남구에서는 올해 적정 수요(2703가구)의 2배가 넘는 6936가구 규모의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수요가 이어지면서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전용면적 174㎡형은 이달 보증금 29억 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단지 같은 평형 직전 전세 거래는 4월 24억 원이었는데, 4개월 새 5억 원 상승한 셈이다.
개포동 우성8차 전용 78㎡형도 지난달 보증금 7억 원에 전세 신고가를 고쳐 썼다. 이 단지 같은 평형은 1월 6억6000만 원에 전세 거래된 바 있다. 7개월 새 4000만 원 올랐다.
강남의 경우에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주요 학군지로 이동 역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전셋값 상승은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소비자의 판단이 영향을 줬다”며 “여기에 방학 기간에 쏠린 학군이동 수요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그간 전셋값 하락이 누적되면서 저점 인식이 커졌고, 금리도 안정화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월세도 급등하면서 전세수요가 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수도권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서울도 상승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 교수는 "지금은 전셋값 하락이 멈춘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대폭적인 상승을 점치기는 어렵다"며 "전세가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인 금리하락이 당장 이뤄지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