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경만 남겨두고 금융조사제1·2부 파견 직원 6명 전원 복귀
일부 직원 파견 기간 남은 가운데 조기 복귀…금감원 “목적 종료”
‘파견 조기 복귀’에 여러 해석 나와…금감원-검찰 갈등설도 불거져
금융감독원이 최근 서울남부지검에 파견 보낸 직원을 전원 복귀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불공정거래 세력과 전쟁’을 선포할 만큼 두 기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 파견 직원을 복귀시킨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일 본지 취재 결과 금감원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2부에 파견한 6명 전원을 지난달에 모두 복귀시켰다.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에 파견한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그대로 둔 반면, 일반 직원 파견을 종료한 것이다. 금감원이 파견한 직원 6명 가운데 임기가 남았는데도 복귀조치된 직원은 3명이다. 나머지 3명은 임기가 만료됐지만 금감원은 후임을 정하지 않은 채 이들을 복귀시켰다.금감원은 지금까지 서울남부지검에 추가 파견을 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서울남부지검에 특사경, 직원을 파견한다. 통상적으로 선임급을 보낸다. 금감원 직원의 역할은 금융-증권 관련 범죄 수사에 보조 역할을 한다. 과거에도 금감원이 남부지검 파견 직원을 축소하는 것을 검토한 적이 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 측은 금융-증권 관련 범죄를 수사할 때 금감원 직원에 대한 수요가 큰 반면, 금감원은 금융-증권 분야의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큰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차액결제거래(CFD)를 악용한 ‘라덕연 주가조작’ 합동수사, 사모펀드 재검사 수사 등이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두 기관의 협력이 필요한 시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파견 나갔던 목적에 따른 기간이 종료되면서 복귀하게 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며 “파견 사유가 해소되면 당연히 복귀하는 게 맞다. 저희도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인력들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서울남부지검에 파견한 직원들을 조기 복귀시킨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파견기간이 남은 직원이 복귀하는 게 이례적인 만큼 서울남부지검과 금감원의 관계 변화부터 두 기관의 갈등설까지 언급되고 있다. 특히 갈등설을 두고 금감원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법조계에서는 금감원 인력이 필수인 서울남부지검에서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직원들을 복귀시킨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의 외부 파견은 인사 이후 1~2주 가량 늦춰지는 경우는 있어도, 인사철이 아닌 여름에 파견 직원을 복귀시켰다는 것은 생소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법조계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실과 금감원의 ‘압박 메시지’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간 서울남부지검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 관련 사건을 수사했는데 수사 속도가 더디고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일종의 압박 차원에서 직원들을 복귀시켰다는 해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서울남부지검은 그간 SG발 주가 폭락 사태와 루나·테라 사건 등 일반적인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을 집중해서 다루면서도 야당을 겨냥한 큰 한방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실의 최대 관심사가 야권 수사인 만큼 이번 금감원 직원 복귀를 경고성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특정 사건이 불씨가 됐다는 말도 있다. 서울남부지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금감원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2부가 특정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었는데, 이를 불편하게 여긴 금감원이 직원들을 복귀시켰다는 소문도 나온다”고 했다.
또 다른 한켠에서는 서울남부지검과 이 원장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과거에는 직원 파견-수견 결정 과정에서 검찰이 주도권을 쥐었지만, 이 원장 취임 이후 그 기조가 바뀐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법조계에서는 서울남부지검 직원들이 금감원의 통보 업무가 늘어서 힘들어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금융당국 출신 관계자는 “수사에 대한 결정권은 검찰에 있지만, 금감원이 검찰에 업무를 많이 넘긴다면 책임 문제도 뒤따를 수 있다”며 “금감원에서는 검찰에 통보했다고 하면 되는데 검찰은 수사를 안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없으니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갈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두 기관의 상황에 따라서 유동성 있게 인원을 조정하고, 협업이 잘 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