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대출채권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어제 발표한 ‘2023년 6월 말 보험회사 대출채권 현황’에 따르면 대출채권 잔액은 273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말보다 1000억 원 늘어났다.
보험사의 가계·기업 대출을 합한 대출채권은 올해 3월 말 273조 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그런데 2분기에 도로 늘어난 것이다. 부채 문제가 금융 과제를 넘어 국가 과제로까지 떠오른 마당에 비은행권에서 대출채권 증가세가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최근 2분기 공시 자료를 낸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을 보면 업계 전반에 걸쳐 연체율이 급증하는 현실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림자금융 부실 위험이 여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보험사도 숟가락을 얹는 형국이니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보험사 대출채권을 살피면 부분별로 명암이 나뉜다. 기업대출은 3분기 연속 감소했다. 가계대출은 다르다. 전 분기 말보다 7000억 원 증가한 133조7000억 원이다.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보험계약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약관대출인 보험계약 대출은 7000억 원 늘어난 68조9000억 원에 달했다. 보험금을 담보로 삼는 것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서민 가계의 최후 수단이다. 주택담보대출은 51조8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수준으로 유지됐지만, 신용대출은 2000억 원 증가한 7조8000억 원을 나타냈다.
연체율도 걱정이다. 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보험사 가계대출 연체율은 0.46%까지 치솟아 사실상 경고등이 켜졌다. 2020년 6월 말(0.48%)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주담대와 주담대 이외 연체율 역시 0.31%와 1.07%까지 올랐다. 각각 2020년 3월 말(0.37%)과 2020년 6월 말(1.16%) 이후 가장 높다.
한은 ‘금융기관 대출행태’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중 보험사(생명보험사 기준) 대출 태도는 마이너스(-) 14에 달했다. ±100 사이 값을 갖는 이 지수가 마이너스라면 해당 업계가 대출 업무를 깐깐히 취급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대출 문턱이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지표를 보면 마이너스 지수가 무색하게도 부실 가능성 많은 대출이 솔솔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불가피하다. 한은 조사에 임할 때와 대출에 임할 때의 업계 자세가 달라서 그럴 것이다. 감독 당국이 세심히 들여다볼 것도, 챙길 것도 많다.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취약한 고리로 가계부채를 지목한다. 특히 부동산 관련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만 봐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76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달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와 규모가 관리 가능한 수준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금융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부터 정밀 점검하면서 ‘관리 가능’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