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R&D 패러독스…투자 늘어도 성과는 그대로”
“카르텔 과학계 전체 얘기 아냐…비효율 걷어내는 것”
“연구사업 하위 20% 구조조정, 연구에 지장 없을 것”
내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두고 과학계에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비효율적인 지원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무능력한 중소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과학계를 효율 관점으로만 바라본다는 비판이 나오는 ‘연구사업 하위 20% 구조조정’에 대해선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라고 반박했다.
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내년 정부 R&D 예산 삭감은 투자 대비 성과가 적었던 국내 과학기술계의 비효율을 걷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내년도 국가 R&D에 올해 예산과 비교하면 16.6% 줄어든 25조 9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 삭감을 단행했다. 1조 8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일반 재정사업으로 재분류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10.9%의 예산 삭감이 이뤄지는 셈이다.
주 본부장은 나눠먹기식 R&D 카르텔과 출연연의 비효율적 연구가 예산 삭감의 주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계에 지원하는 일부 R&D 예산으로 경쟁력 없는 일명 좀비기업을 유지하거나 연구 제안서를 대신 써주는 컨설팅 업체가 있는 등 카르텔적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출연연도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기술 연구를 효과적으로 했느냐에 대한 비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학계를 카르텔로 매도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주 본부장은 "저 개인은 물론이고 과기정통부나 정부가 연구계 전체를 카르텔이라고 한 적은 없다. 비효율적인걸 걷어낸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르텔, 나눠먹기 R&D의 원흉처럼 언급됐던 정부 출연연구기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투입 대비 늘어나지 않는 성과도 지적했다. 주 본부장은 “본부장에 취임할 당시 ‘코리아 R&D 패러독스’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투자가 늘어도 성과는 늘지 않는 국내 과학계를 표현하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연연이 그동안 국가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데는 동의한다”며 “다만 지금은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으로 출연연이 전략기술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기조 아래에 전체적인 예산을 재분배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출연연 예산 삭감이 필요했다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주 본부장은 “출연연 예산 감소율은 9.4%다. 주요 R&D보다는 적지만 감액이 있었던 것 사실”이라면서도 “출연연은 국가 세금으로 국가의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기관인데 지난 4년간 연구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전반적인 예산 책정 흐름 과정에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고 예산 규모 삭감 자체는 대부분 중소기업 위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R&D 사업평가에 상대평가를 도입해 하위 20%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제도에 대해선 상대평가가 R&D 효율은 늘리면서 연구자들의 부담은 키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논문 평가와 같은 정량적 기준이 아니라 사업 초기 내세웠던 목표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정성 평가하는 만큼 연구자들의 연구에는 지장이 없을 거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