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플랫폼 체류 시간 확대 도구로…실제 앱 이용자↑
컬리 앱 방문 횟수, 게임도입 첫날 대비 3배 증가
이마트24 자체 앱에 미니게임 적용…체류시간 10배 확대
전세계 플랫폼 기업, '게이미피케이션' 적극 활용
국내 유통업계가 게임에 꽂혔다. 자사 쇼핑 플랫폼에 농작물 키우기 게임이나 미니 게임들을 넣어 원하는 상품을 받는 식의 게임인데 비(非)게임에 게임 요소 적용이라는 이른바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소비자의 플랫폼 체류시간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버즈니는 모바일 홈쇼핑 플랫폼 홈쇼핑모아 앱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미니게임 ‘모아농장’을 출시했다. 모아농장은 과일을 재배하고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게임이다. 사과, 토마토 가운데 원하는 과일을 선택한 후 물과 비료로 과일을 키운 뒤 수확에 성공하면 무료로 배송을 받을 수 있다.
홈쇼핑모아는 모바일 홈쇼핑 방송을 즐길 수 있는 앱이다. 홈쇼핑 상품 검색, 홈쇼핑 방송 시청, 출석체크 등의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면 더욱 빠르게 과일을 수확할 수 있다. 홈쇼핑모아 이용자에게 혜택과 모바일 홈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새벽배송 업체 컬리도 지난달 농사게임 ‘마이컬리팜’을 론칭했다. 마이컬리팜은 컬리 앱 내 가상의 테라스에 있는 화분에 작물을 키워 수확하면 실제로 작물을 보내주는 게임이다.
키울 수 있는 작물은 방울토마토, 오이, 양파, 아보카도다. 이 가운데서 하나를 선택하고 일정시간마다 화분을 눌러 물을 주면된다. 컬리에 따르면 게임 론칭 일주일 만에 20만 명이 참여했고 컬리 앱 방문횟수는 이용 첫날 대비 9일 만에 3배 늘었다.
농작물 키우기 게임 외에도 미니게임을 통해 상품을 증정하는 업체들도 잇따르고 있다. 그립컴퍼니는 최근 자신들이 운영하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미니 게임 ‘그립런’ 기능을 추가했다. 캐릭터를 활용해 달리기를 하면서 퍼즐조각을 모으는 등 미션을 완료하면 원하는 생활필수품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상품으로 받을 수 있는 생활필수품은 계란, 갑티슈, 즉석밥, 컵라면, 참치캔, 김 등이다. 출석 체크, 특가딜 구경하기, 라이브 방송 구경하기, 친구 초대하기 등의 추가 미션을 수행하면 더욱 빠르게 퍼즐을 완성할 수 있도록 했다.
편의점 이마트24는 지난해부터 자체 앱에 게임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앱에 접속하면 주사위를 굴려 이동하는 칸에 있는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게임은 도시락 만들기, 이프레쏘 원두커피 만들기 등이다. 게임을 통해 얻은 ‘루비’는 오프라인 매장이나 앱에서 쓸 수 있는 쿠폰으로 바꿀 수 있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자체 앱에 게임을 집어 넣는 까닭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통해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함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의 메커니즘, 사고방식, 디자인 요소 등을 적용해 사용자에게 재미와 보상을 제공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이마트24에 따르면 게임 도입 이후 이마트24 모바일 앱의 평균 일간 활성 이용자수(DAU)는 1월~7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다. 앱 체류 시간도 일반적인 유통업체 앱과 비교해서 최대 10배까지 높아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유통업체 뿐 만 아니라 전세계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게이미피케이션 시장 규모는 134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들은 2030년까지 이 시장 규모가 약 968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이커머스 핀둬둬는 2015년 플랫폼에 사과, 유자, 키위 등의 나무를 키우는 게임을 적용해 중국 대표 이커머스 기업으로 도약하기도 했다.
오상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은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및 충성도를 높이고 기업의 상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게임적인 요소로 흥미를 이끌어내 소비 촉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