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해 만족도 높아…이용자 재결제율 80%
합계 출산율 0.78명. 우리나라 출산통계 작성 이래 최저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치(1.58명)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저출산에는 취업난, 집값, 사교육비 부담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지만 육아 과정에서 돌봄 공백이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전창민 휴브리스 대표는 8일 서울 성동구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과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 해소에 자사 서비스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확신했다.
휴브리스(hubris)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돌봄서비스를 매칭하는 기업이다. ‘자만심’, ‘오만’이라는 뜻으로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신의 영역에 침범한다’는 의미에서 사용한 데에 어원을 두고 있다. 육아 공백과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에 도전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전 대표는 과거 직장 생활을 할 당시 워킹맘들의 고충을 보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전 대표는 “오후 4~5시만 되면 전화 통화를 하는 여성 동료들이 있었다. 퇴근이 늦어지는 변수가 생기면 하원 시간에 맞춰 누가 아이를 봐야 하는지 가족과 의논하는 문제였다. 돌봄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정부 혹은 사설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최소 몇 개월이나 걸리는 데다 만족할 만한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은 게 문제였다”며 “미국의 베이비시터 서비스를 찾아본 뒤 국내 스타일로 변형해 휴브리스를 창업, 영유아 전문 아이 돌봄서비스 플랫폼인 ‘돌봄플러스’를 만들었다. 후배와 함께 단돈 100만 원으로 창업했다”고 말했다.
돌봄플러스의 특징은 빠른 매칭이다. 이용자는 하루·단기·정기·입주 돌봄 등 네 가지 유형 중 돌봄을 신청하고, AI와 매니저의 경험을 결합해 추천한다. 빠르게는 1시간, 길게는 1일 이내 매칭이 이뤄진다. 데이터 기반 매칭인 만큼 만족도도 높다. 돌봄플러스 이용자의 재결제율은 약 80%에 이른다. 특히 육아 경험을 가진 40~60대 중장년 여성들에 대한 오프라인 교육과 검증을 거쳐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본 교육을 이수해야 돌봄플러스의 선생님으로 활동할 수 있다. 직업윤리와 에티켓, 월령별 이유식, 사고 유형 및 예방과 대처법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진다.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회원 수 및 매출 증가로 엿볼 수 있다. 현재 돌봄플러스의 부모님 회원은 5만 명, 돌봄 선생님 회원은 3만 명 수준이다. 2021년부터 서비스 이용자가 전년 대비 크게 늘면서 그해 매출이 처음으로 10억 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약 5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올해 상반기 매출 역시 전년 대비 약 40% 이상 성장했다.
전 대표는 “단순히 돌봄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육아용품 구매, 육아 정보, 아이의 성장 정보 등을 추가로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를 잘 키우고 케어할 수 있는 주변 서비스로 육아의 빈틈을 메워주는 것이 서비스 만족도를 더 높인다고 봤다.
기술력과 혁신성을 인정받으면서 투자자와 기업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SK E&S 임직원 복지를 위한 아이 돌봄서비스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엔 MYSC, 크립톤으로부터 프리A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아이 돌봄서비스 중 처음으로 서울경제진흥원이 선정하는 하이서울기업에 선정됐다. 올해 7월에는 서울형 아이돌봄비 지원사업 운영 기업이 됐다.
휴브리스는 이번 투자금을 공격적인 마케팅과 추가 인력 충원에 투입할 예정이다. 전 대표는 “당장엔 서울형 아이돌봄비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서울시민에게 공백 없는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올해 2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휴브리스는 0~5세 미취학 영유아에 대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 출산 전 임산 시기부터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범위를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전 대표는 “임신 기간부터 출산, 육아, 휴직 후 복직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산부인과, 산후조리원, 방문 산후도우미, 아이 돌봄으로 나뉘는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과 서비스를 개선·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