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인물] 이동학 "선거마다 나무 20만그루 증발…미래소비 정치 그만"

입력 2023-09-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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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전 민주당 최고위원) 인터뷰
"플라스틱 4억톤에도 인류 허우적…정책 대전환 필요"
"선거 공보물·현수막 남발…정치부터 솔선수범해야"
"탈궤도 정치…미래고민 아닌 그날그날 이슈로 싸워"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2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선거 공보물 개봉률은 3%에 불과하고, 현수막도 지금은 일상적으로 붙여대니 과잉입니다. 그 후과는 미래세대가 겪을 고통입니다."

바야흐로 '정치 쓰레기' 과잉 시대다. 여야의 길거리 정쟁 현수막은 선거철을 넘어 일상이 됐고, 코팅된 종이 선거 공보물은 대부분 개봉조차 되지 않고 버려진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만 현수막 12만8000장, 공보물 5억8000만부가 발생해 대거 폐기물 처리됐다.

선거 득표율이 10~15%면 국가가 선거비용 절반을, 15% 이상이면 전액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사실상 세금으로 미래를 저당잡는 쓰레기를 양산하는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지선에서 지급된 보전금은 무려 3443억여원에 달한다.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41)는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한 번 치를 때 나무가 15~20만그루씩 사라진다"며 "미래를 소비하기만 하는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지선 당시 쓰인 벽보·공보물 등에 사용된 종이량은 총 1만2853톤. 종이 1톤 생산에 30년산 나무 17그루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 한 번을 위해 약 21만그루가 잘려나가는 셈이다.

이는 비단 지난 선거만의 일은 아니다. 때문에 이 대표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재생용지 공보물 의무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정치권이 고민 없이 현수막과 공보물을 남발하는데 기업과 국민에게 재활용을 말하면 쉽게 받아들일까"라며 "정치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관위에 공보물을 받지 않겠다고 신고하면 문자로 보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내 카페에서조차 일회용품이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이 대표는 "코팅 일회용 컵 비용이 100원 이하다. 기본적으로 쓰레기 총량을 줄이는 것과 어쩔 수 없이 쓰레기가 발생하면 최대한 재활용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상태로 누가 누구를 설득할까"라며 "설거지를 많이 해야 하고, 설거지할 인력도 채용해야 하니 일회용 컵을 쓰는 건데, 결국 우리 세금이 쓰레기가 된 그 컵의 처리 재원이 된다. '손실의 사회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2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 대표의 시야는 '정치 쓰레기'를 넘어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전 세계 쓰레기 문제를 아우르고 있다.

이 대표가 3년 전 설립한 쓰레기센터는 효과적인 쓰레기 절감·처리 연구·대안 모색·시민 교육 등의 활동을 한다. 쓰레기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청년 정치'에 대한 고민. 이 대표는 "청년 정치란 뭘까, 다음 세상에 필요한 아젠다를 연구해 해법을 찾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며 "지속 가능성에 주목했고, 전 세계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배우고자 해외로 떠났다. 많은 국가가 친환경을 말하며 이면의 쓰레기 문제를 숨긴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부터 약 2년간 전 세계 61개국을 누비며 각 나라의 쓰레기 문제를 연구했고, 그 경험을 토대로 저서 '쓰레기책'(2020)을 출간했다. 이 대표는 "많은 선진국이 자국 발생 쓰레기를 전량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더라"며 "자국 처리 비용보다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 일정 비용을 주고 처리하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인데, 문제는 이 나라도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해당 국가들이 선진국으로부터 받아들인 막대한 폐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감당 못한 채 하류에 부어버리면, 수많은 해류를 따라 전 세계 해안가로 쓰레기가 퍼지게 된다는 것. 소위 '해양 쓰레기'다.

이 대표는 "국가 간 유해 폐기물 수출입을 규제하는 바젤협약이 2021년 발효됐지만 여전히 많은 선진국의 폐플라스틱이 개발도상국으로 흘러간다"며 "지속 가능하지 않고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피해는 인류 전체가 보고 해양 생태계도 쑥대밭이 된다"고 말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지도부의 부름을 받아 지명직 청년최고위원으로 발탁됐다. 쓰레기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냈지만, 정치권이 곧장 여야 명운이 걸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환경 문제는 경제·외교 등 상대적으로 굵직한 이슈에 묻히기 일쑤였다.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2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 대표는 "정치권에서 쓰레기는 중요도에 비해 후순위다. 여야가 미래 세대를 위해 '플라스틱 규제를 할래, 말래'가 아니라 그날 그날의 이슈로 싸운다. 탈(脫)궤도 정치다. 정치가 본궤도로 오려면 이런 문제로 싸울 수 있는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950년에 플라스틱이 200만톤 생산됐는데, 2000년에 2억톤, 2020년에 4억톤으로 늘었다. 이 추세면 10년 뒤엔 6억톤이다. 4억톤에도 인류가 허우적대는데 그땐 지구가 버틸 수 있을까. 대전환의 시대엔 정책도 인식도 대전환이 돼야 한다. 정치권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해법으로는 '리필 도시'를 제안했다. 이 대표는 "다회용 경제 체계가 필요하다"며 "장례식장에서 각자 10분간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을 먹고 버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복합재질이 아닌 단일재질 플라스틱을 생산토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헀다.

최근 이 대표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선제적 기후환경 위기 대응을 위한 '줍줍 지구세탁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근 인천 영종도에서 해양 쓰레기 '줍깅'(줍기+조깅) 행사를 가졌고, 녹색기술센터·자원순환센터에서 쓰레기 배출·처리 현황을 청취했다. 조만간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태국·베트남에서 현지 정치인들과 글로벌 환경 정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나라와 민생이 중요한 기로에 있는데 유의미한 일을 해보자, 미래 전망을 1cm라도 밝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의기투합했다"며 "한달 간 진행한 결과를 소책자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는 세대 간 형평을 보장하는 틀을 만드는 것. 이를 위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정치인들은 유권자가 아닌 미래 세대의 잠재 가치를 도외시한다. 초고령화가 될수록 특정 세대 의견이 더 비중있게 반영될 것"이라며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자원을 계속 끌어다 쓰면 결국 미래의 빚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 세대는 자녀들이 그런 시대에 살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며 "세대 간 형평을 보장할 수 틀을 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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