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안 마련 할 것"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 식음료 등의 분야에서 시장지배력이 높은 중견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를 면밀히 감시하고, 법 위반 시 엄중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집단 시책의 합리적 개선‧운영 방향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중견기업집단은 통상 자산총액 5000억 원 이상~5조 원 미만인 기업집단을 말한다.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은 대기업집단(공시대상ㆍ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불린다.
한 위원장은 "중견기업집단은 제약, 의류, 식음료 등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 높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고, 대기업집단에 비해 이사회 내 총수 일가 비중이 높은 등 내‧외부 견제 장치가 부족해 보다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이사회 내 전체 이사 중 총수 일가 비중을 보면 중견기업은 23.2%로 대기업(9.7%)보다 2.4배 높다.
한 위원장은 "대기업집단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집단 내 내부거래 현황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법위반 혐의 포착 시 신속하게 조사‧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도 합리적으로 정비해 나갈 것이란 방침도 전했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추진계획에서 경제 규모 확대 등을 고려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 금액을 현행 '자산 5조 원 이상'보다 높이거나 국내총생산(GDP) 연동 방식으로 완화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 조정을 위한 연구용역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를 바탕으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국인 동일인(그룹 총수) 관련 지정 기준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기업집단인 쿠팡 동일인이 미국 국적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실질적 지배자)이 아닌 법인으로 매년 지정되면서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 마련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공정위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우려해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외국국적 보유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충분히 협의해 통상마찰 리스크 및 규제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건설, 사교육 등 핵심 민생 분야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문제가 된 철근 누락 아파트 13개를 포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감리용역 입찰 건들을 조사 중이며 연내 조사를 완료해 심의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학원, 인터넷강의 업체들이 강사의 수능출제이력, 대학 합격실적 등을 거짓·과장 광고한 행위에 대한 조사는 이달 중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은행들의 담보대출 거래조건 및 은행과 증권사들의 국고채 입찰 참여 등과 관련한 담합 혐의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혐의 확인 시 순차적으로 제재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가맹 분야의 필수품목 거래관행 개선도 강조했다. 현재 가맹본부의 과도한 필수품목 지정과 빈번한 단가 인상이 가맹점주의 경영여건을 약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위원장은 "필수품목 지정과 관련해 가맹본부의 법적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법령에 포함할 계획이다. 조만간 제도개선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독과점 플랫폼 등의 반칙행위에 대해서도 집중 감시하겠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전자상거래(자사상품 우선 노출), 모빌리티(비가맹 택시기사 콜 차단), 숙박(입점 숙박업체 쿠폰 운영 제한) 등 핵심 플랫폼 분야를 중심으로 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연내 조사를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 촉진을 위한 플랫폼 독과점 규제 마련과 관련해서는 "올해 1월부터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경쟁 촉진을 위한 정책방향을 논의하고 있고, 외국의 사례도 살펴보고 있다"며 "해당 사안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수렴 등을 거쳐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