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비중 88% 유연탄 직격탄
트럭 운송 시 톤당 7500원 ↑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산업계가 화물 운송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향후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의 입장을 지켜보며 2차 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파업이 본격화되면 통상 승객 운송을 우선순위에 두는 철도의 특성 상 화물운송이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커 철도를 통해 원자재와 제품을 유통하는 철강·시멘트·석유화학 업계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1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나흘간 제1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총파업에는 필수 유지 인력 9000여 명을 제외한 조합원 1만3000여 명이 참여한다. 2019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철도노조는 이번 총파업에서 수서행 고속철도(KTX) 투입 등 공공철도 확대, 4조 2교대 전면 시행, 성실 교섭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 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석 연휴까지 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국토부는 공청회나 의견수렴 없이 하루 최대 4920개의 좌석을 축소해 열차 대란을 불렀다”며 “SRT 투입을 위해 기존 경부선과 호남선 축소를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파업에 따라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감축 운행하면서 운송 차질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파업 당시 KTX 운행률 68%, 일반 열차 61%, 수도권 전철 82%, 화물열차 43%를 기록했다.
철도 파업으로 인한 긴장은 산업계로 번지고 있다.
먼저 시멘트 운송에 철도 수송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수준이다. 하루 평균 시멘트 운송량은 2만5000톤(t)에 달한다. 강원도와 충청북도에 있는 생산 공장에서 전국 출하 기지로 운송하는데, 파업으로 화물철도 운행률이 낮아지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석탄도 철도 수송 비중이 88%에 달하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강원 동해에서 영월로 유연탄을 수송하는데 열차가 아닌 트럭을 이용하면 톤당 7500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시멘트 제조사 한 관계자는 “유연탄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멘트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납품 차질은 물론 불어난 물류비 피해까지 감당하게 돼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철강 운송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철강원료 운송을 주로 담당하는 포항 괴동역은 하루 15차례 운행하던 화물열차가 철도노조 파업이 시작되면서 5차례로 조정되는 등 운행률이 뚝 떨어졌다. 다만 포항 지역 철강업체들의 철도 운송 이용 비율은 10% 내외 정도여서 철도 파업에 따른 차질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 물류 거점인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는 철도 수송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대당 60TEU(1TEU는 20피트 분량 컨테이너 1대분)를 왕복 운반할 수 있는 철도 수송이 10대에서 5대로 줄면서 하루 치 물류 총량이 600TEU에서 300TEU로 급감했다.
이에 국토부는 백원국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하며 비상 대응에 나섰다. 대체 인력으로 기관사 496명, 승무원 999명, 기타 인력 3455명 등 4950명을 투입해 열차 운행률을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파업 장기화를 대비해 수출 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유관 부처와 협력해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한 수출기업 물류애로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한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철도노조 파업으로 최근 3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보여온 긍정적인 수출 흐름세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유관부처, 수출업종별 단체와 협력해 면밀한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대체운송 등의 비상 수송대책 등을 적극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